생후 7개월된 딸을 5일간 방치해 숨지게 하고, 다섯살 남자아이를 20시간동안 때려 숨지게 하고…

'밟지말고 지켜주세요' 아동학대 근절 캠페인. 국민일보DB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 사망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범죄의 특성상 대책을 찾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어서 아동학대 조사 권한을 민간이 아닌 경찰에 넘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인천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자녀를 대상으로 한 살인이나 아동학대치사 사건은 인천에서만 모두 3건이 적발했다.

지난 6월 생후 7개월 딸을 5일간 집에 혼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어린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부부는 지난 5월 26일부터 같은 달 31일까지 5일간 인천시 부평구 한 아파트에 생후 7개월인 딸을 방치해 숨지게 했고, 결국 살인죄와 사체유기죄로 재판에 넘겨졌다.

20대 초반의 남편은 딸을 두고 집을 나간 뒤 친구와 게임을 하고 지냈다고 한다. 10대 후반의 아내도 외출해 지인들과 새벽까지 술을 마신 사실이 드러났다. 그 사이 생후 7개월 된 피해자는 5일간 분유나 이유식을 전혀 먹지 못하고 방치됐고, 아파트 거실에 놓인 종이 상자 속에서 숨진 상태로 외할아버지에 의해 발견됐다.

이 부부는 현재 인천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으며 이달 말 5차 심리기일을 앞두고 있다.

3개월 뒤인 지난 9월 26일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는 5살 남자아이가 계부의 학대로 숨졌다. 계부는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20대 계부는 9월 25일부터 다음날까지 20시간 넘게 첫째 의붓아들(5)의 얼굴과 팔다리 등 온몸을 목검으로 심하게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과거 자신의 학대로 인해 2년 넘게 보육원에서 생활하던 의붓아들을 집으로 데리고 온 지 10여일째부터 학대하기 시작했다.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계부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의 사실관계는 인정했지만, 살인의 고의성은 전면 부인했다. 피해자의 친모도 남편의 범행을 방조한 혐의(살인방조) 등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최근에는 20대 미혼모가 3살 딸을 마구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 또 일어났다.

경찰은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미혼모 A씨(23·구속)와 지인 B씨(22·여)를 잇따라 긴급체포했다.

A씨는 이달 14일 경기도 김포시에 있는 B씨의 빌라에서 옷걸이용 행거봉과 손발 등으로 딸 C양(3)을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B씨도 범행에 가담해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4일까지 19일 동안 번갈아 가며 C양을 폭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아동학대로 숨진 아동은 132명에 달했다.

2014년 14명, 2015년 16명, 2016년 36명, 2017년 38명으로 해마다 늘다가 지난해 28명으로 다소 줄었다.

아동학대 사망 사건의 가해자 대부분은 부모가 원치 않은 임신을 했거나 양육지식이 부족했고 극심한 경제적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 사망 사건의 경우 대부분 가정 내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경찰 등 사회의 개입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경미한 손찌검이 아이 신체에 멍이 들 정도의 폭력으로 이어지고, 잦은 폭력에 둔감해진 부모에 의해 끝내 피해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수사뿐 아니라 예방도 경찰 업무”라며 “외부와 차단된 집 내부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특성 때문에 개입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올해 인천에서 적발된 아동학대 사망 사건의 범행 장소는 모두 피해자나 지인 집이었다. 주된 가해자는 보호자 역할을 해야 할 부모였다. 전문가들은 민간 영역인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맡겨진 초기 아동학대 조사 권한을 경찰에 넘겨 사회의 개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정부가 올해 아동보호전문기관의 학대 조사 업무를 지자체로 이관하겠다는 발표를 했다”며 “이는 지금 시스템보다 더 퇴보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지금도 단순한 부모의 아동방임이나 경미한 학대는 사건으로 처리되지 않고 보호처분에 그치고 있다”며 “누군가가 희생되기 전인 학대 초기 단계에서 경찰이 적극적으로 가정에 개입해 사건화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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