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전 토트넘 감독. AP뉴시스


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을 5년 6개월 만에 경질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2014년 5월 토트넘에 입성했다. 당시 사우샘프턴을 이끌고 돌풍을 일으킨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RCD 에스파뇰과 사우샘프턴 감독 경력이 전부였기 때문에 상위권에서 경쟁력 있는 팀을 조직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있었다.

포체티노는 부임 첫해 토트넘을 5위(승점 64)에 안착시켰다. 성과가 분명한 시즌이었다. 포체티노는 시즌 내내 팀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체력훈련 세션을 대폭 늘렸다. 압박축구와 패스 플레이를 팀에 녹이는 작업을 반복했다.

특히 강팀을 상대하는 경기력이 개선됐다. 포체티노가 부임하기 직전 토트넘은 강팀만 만나면 패했다. 포체티노 전임감독 안드레 빌라스-보아스는 2013-2014 프리미어리그에서 맨체스터 시티에 0대 6, 리버풀에 0대 5 패배하며 경질됐다. 포체티노가 선임되기 전까지 임시 감독을 맡은 팀 셔우드도 마찬가지였다. 팀 내 패배의식이 팽배했다.

하지만 포체티노는 부임 첫해 당시 최강 전력을 자랑했던 첼시를 5대 3으로 잡고, ‘북런던 더비’ 라이벌 아스널에도 2대 1 승리를 거두었다. 약팀에 발목 잡히는 버릇 때문에 4위권에 안착하진 못했지만, 다음 시즌을 충분히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손흥민은 2015년 8월 토트넘 핫스퍼에 입성했다.

포체티노는 2015-2016 프리미어리그에서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리그 3위에 올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냈다. 토트넘은 이 시즌에서 프리미어리그 팀 전체를 통틀어 최소 실점(35)을 기록했다. 포체티노는 두 시즌 만에 자신의 지도력을 입증했다.

포체티노는 세 번째 시즌부터 토트넘과 역사를 써 내려갔다. 토트넘은 첼시에 밀려 우승하진 못했지만,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구단 최고 승점(86)을 기록하며 2위에 안착했다. 토트넘이 자랑하는 ‘DESK’ 라인은 폭발적인 시너지를 발휘했다. 토비 알데르베이럴트와 얀 베르통언이 버티는 수비진은 리그 최고의 공격진들도 쉬이 뚫어낼 수 없었다. 손흥민도 이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토트넘의 주전 자리를 꿰찼다.

포체티노는 부임 네 번째 해인 2017-2018시즌 7년 만에 팀의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을 일궈냈다. 비록 16강에서 유벤투스에 패배했지만, 대등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유럽 정상 팀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세 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진출 확정은 구단 최초였다. 리그에서도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3위에 안착했다.

토트넘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8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요한 크루이프 아레나에서 열린 2018-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아약스와의 4강 2차전을 마치고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포체티노는 2018-2019시즌 토트넘에서 기적을 일궈냈다. ‘암스테르담의 기적’을 연출하며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이란 쾌거를 이루어냈다. 토트넘이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도 지난 시즌 완공됐다.

하지만 토트넘은 2018-2019시즌 말부터 경기력이 급격하게 나빠졌다. 리그 4위에 안착했지만 이는 다른 팀들이 기회를 살리지 못한 덕분이었다. 악화한 경기력은 2019-2020시즌까지 영향을 주었다. 새로 영입한 선수들은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DESK’ 라인의 핵심인 크리스티안 에릭센은 재계약 문제가 불거지며 태업 논란에 휘말렸다. 깔끔하게 승리하는 경기는 드물었다.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은 결국 포체티노를 경질했다. 레비 회장은 성명을 통해 “가볍게 내린 결정도 아니고 서두른 것도 아니다. 유감스럽게도 지난 시즌 막판과 이번 시즌 성적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경질 이유를 설명했다. 토트넘 공격형 미드필더 델레 알리는 포체티노의 경질 소식에 SNS에 “모든 것이 감사했다”는 글을 올렸다.

토트넘의 새 역사를 함께한 포체티노의 5년이 마무리되었다. 후임으로는 조제 모리뉴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 거론되고 있다.

박준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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