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 연합뉴스

봉준호 영화감독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이 점쳐지는 영화 ‘기생충’에 대해 솔직한 말들을 쏟아냈다. 미국 영화계 최대 논쟁거리인 마블 영화와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서비스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지는 봉 감독과 ‘기생충’의 북미배급사 니온의 CEO 톰 퀸이 대담 형식으로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19일 공개했다.

먼저 봉 감독은 내년 2월 열리는 제92회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 작품상 후보 지명을 기대하느냐는 질문에 답했다. 그는 “아카데미 투표제도는 복잡하다고 알고 있다. 예상하기 어렵다”며 “후보 지명 가능성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영화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아직 서구 관객들에게 소개되지 않은 거장들이 많다”며 “이들이 조명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기생충’을 다른 나라를 배경으로 리메이크하는 것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봉 감독은 “아직 영화가 상영 중이라 리메이크에 많은 신경을 쓸 수 없다”면서도 “스토리가 매우 보편적이기는 하다. 빈자와 부자의 이야기”라고 답했다. 또 “주변에서 ‘이 이야기는 영국과 똑같다’ ‘이건 홍콩 이야기다’ 등 반응이 많다. 영화가 보편적이라는 말은 어느 나라에서든 리메이크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생충'의 한 장면

차기작 계획과 관련해서는 이미 알려진대로 두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알렸다. 봉 감독은 “두 영화 모두 큰 규모는 아니다. ‘기생충’이나 ‘마더’ 정도”라며 각각 한국과 해외를 배경으로 한다고 전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서울에서 촬영될 한국 영화는 장르를 정의하기 어려울 정도로 공포와 액션 요소가 혼재될 것이라고 한다. 또 미국과 영국을 오가며 촬영할 영화는 시나리오를 쓰고 있으며 2016년에 일어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드라마 영화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봉 감독은 최근 마틴 스콜세지를 비롯한 미국 영화계 원로들이 마블 영화들을 비판하는 분위기에 대해서는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나는 스콜세지와 코폴라를 매우 존경하며 그들의 영화를 공부하면서 자랐다. 그들의 의견과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한다”면서도 “한편 마블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로건’ ‘윈터솔져’ 등을 즐겼다. 그 영화들에는 멋진 영화적 순간들이 있다”고 말했다.

마블 영화를 연출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는 “슈퍼히어로 영화에 나오는 창의성은 존중하지만 현실에서도 그렇고 영화에서도 몸에 꼭 끼는 쫄쫄이 옷을 입은 사람들을 참을 수 없다”고 우회적으로 답했다. 이어 “난 그런 옷은 절대 입지 않을 테고 그런 옷을 입는 사람을 보는 것만으로 정신적으로 힘들다. 숨이 막힌다”면서 “슈퍼히어로들은 대부분 꽉 끼는 슈트를 입는다. 그런 걸 연출하기는 힘들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그런 프로젝트를 내게 제안할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다. 만약 아주 멋진 의상을 입은 슈퍼히어로가 있다면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부연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이집션 시어터에서 열린 '기생충' 시사회에 참석한 봉준호 감독. 연합뉴스

이날 봉감독은 넷플릭스와 영화 ‘옥자’를 작업한 경험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옥자’는 자금을 조달하기 복잡했다. 그래서 넷플릭스가 이 영화에 도움을 준 것에 감사하다”면서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회사라 극장에서 상영하는 데 엄격한 기준을 극복해야 했다. 그래서 ‘옥자’를 한국과 뉴욕, LA 등의 극장에서 상영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최근 넷플릭스와 ‘결혼 이야기’를 작업한 노아 바움백을 만났는데, 독점 상영을 해주는 극장이 있다고 하더라“며 ”상황이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영화는 극장에서 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곳은 관객이 영화를 멈출 수 없는 유일한 곳”이라며 “영화는 계속 상영될 것이고 관객들은 필름메이커가 만든 리듬에 따라 영화를 봐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한편 봉 감독은 디즈니 플러스 등 OTT서비스가 극장을 찾는 관객을 잠식할 것 같냐는 질문에는 “영화팬으로서 ‘더 라이트 하우스’ ‘아폴로11’ ‘아이리시맨’ 같은 영화를 극장에서 꼭 보고 싶다”며 애둘러 답했다.

박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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