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 속 단식투쟁 진행하는 황교안 대표. 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청와대 앞에서 단식투쟁에 돌입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강기정 정무수석비서관을 보내 만류했다. 문 대통령은 “집 앞에 온 손님이니 찾아봬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강 정무수석은 이날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단식농성 중인 황 대표를 찾아가 “이런 건 참 옳은 방향이 아닌 것 같다”며 거듭 만류했다.

인근에서 집회를 하던 중 농성장을 찾은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총괄 대표 전광훈 목사와도 만나 “(황 대표가) 여기서 날을 지새울 것 같다고 생각해 대통령께 보고드렸다”고 말했다.

강 수석은 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이 “가서 어쨌든 찾아봬라. 어떤 의미에서 집 앞에 온 손님”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황교안 대표를 만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뉴시스

황 대표는 이날 무기한 단식 투쟁에 돌입하면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파기 철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연비제) 선거법 철회를 촉구하는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강 수석은 이와 관련 “지소미아는 여야 문제가 아니라 국익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정치권이) 힘을 모아야 한다”며 단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황 대표를 설득했다.

공수처 설치법과 연비제 선거법에 대해서도 “오늘 이인영·나경원·오신환 등 3당 원내대표가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얘기하러 미국을 방문했지만, 실제로는 선거법·공수처에 대한 대화를 많이 할 것이라 들었고 그렇게 할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 두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절차를 멈춰야 한다고 요구하는 황 대표에게 “패스트트랙으로 진행되는 법을 청와대가 중지시킬 수 없는 것 아니냐”면서 “최대한 국회에서 대화해보시고, 저희가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면 참여한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황 대표가 지난 18일 이들 현안을 놓고 문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제안했으나 거절당한 것에 대해서는 “(회담 제안을) 사전에 못 들었고, 사후에도 못 들었다”며 양측의 소통 과정을 해명했다.

당시 김광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회담 제안’ 관련 언론 보도를 보고 김도읍 한국당 대표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었고, ‘시간이 있니, 없니’ 식의 대화가 오갔다는 것이다.

김 비서관은 상부 보고 없이 “토요일(23일)에 시간이 있다”는 취지로 답했는데, 문 대통령은 23일부터 시작되는 국빈 면담 일정이 이미 잡혀 있었다. 강 수석은 이후 김 비서실장에게 “황 대표와 대통령님은 필요시 얼마든지 만나야 한다. 그런데 이미 시작된 국정상설협의체도 있고, 지난번 만찬도 있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황 대표는 이날 강 수석의 만류에도 청와대 앞을 지켰다. 그러나 경호상의 이유 때문에 천막 설치가 어려워지자 오후 8시30분쯤 여의도로 장소를 옮겼다. 황 대표 본인은 천막 없이도 청와대 앞에서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참모진이 거듭 설득해 국회로 발걸음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황 대표는 국회 앞 본관에서 무기한 단식 투쟁을 이어갈 예정이다. 21일 당 최고위원회도 천막 앞에서 열기로 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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