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 1개 여단을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조선일보 보도를 미 국방부가 전면 부인했다. 미 국방부는 해당 보도가 무책임하고 위험하다고 비판하며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미국 정부 부처가 한국 언론사에 보도 철회를 요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조너선 호프먼 국방부 대변인은 21일 성명에서 “미 국방부가 현재 주한미군 철수를 고려하고 있다는 조선일보 보도는 진실을 전혀 담고 있지 않다”며 “우리는 조선일보가 해당 기사를 즉각 철회하기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호프먼 대변인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최근 한국에서 철통같은 대한(對韓) 방위공약을 강조한 바 있다”며 “해당 기사는 익명의 소식통 한 명을 인용해 작성한 보도가 얼마나 위험하고 무책임한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에스퍼 장관은 베트남 방문 일정을 마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선일보 보도를 확인해달라는 질문에 “들어본 적 없다(I have not heard that)”고 답했다. 에스퍼 장관은 “거짓이거나 부정확하거나 과장된 언론 보도를 항상 접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에스퍼 장관은 분담금 협상이 결렬되면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고 한국을 위협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그런 걸로 동맹국을 위협하지 않는다. 이건 협상이다”라고 재확인했다.

호프먼 대변인 성명은 경기도 오산 공군기지발 기사를 통해 보도됐다. 해당 성명은 에스퍼 장관이 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던 도중 오산 미군기지에 잠시 들렀을 때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에스퍼 장관이 기자들에게 비공식적으로 내놓은 발언을 국방부 성명 차원에서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에스퍼 장관은 지난 19일 필리핀 방문 중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주한미군 감축을 고려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우리가 할지 하지 않을지 모를 것을 두고 예측이나 추측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언급은 한국을 압박하기 위해 주한미군을 협상 카드로 쓰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을 일으켰다.

에스퍼 장관이 주한미군 철수설을 전면 부인한 데 이어 국방부 대변인 성명까지 나오면서 미국은 분담금 협상에서 주한미군 감축을 거론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예측이 매우 어려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성향을 미뤄 돌발적으로 주한미군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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