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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열병 44일째 잠잠한 이유, 남하 저지 작전이 통했다

24일 기준 농장 14건, 야생 멧돼지 26건 발생
농장은 44일째 ‘잠잠’…야생 멧돼지는 불과 사흘 전 나와

ASF 감염 야생 멧돼지, 발병 지역 못 벗어난 게 ‘수평전파’ 막아
농식품부 방역대-환경부 저지선 맞물리며 ASF 남하 차단 효과


야생 멧돼지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감염 사례가 느는 데도 사육돼지 농장의 추가 발병 소식이 잠잠하다. 발병 지역을 지도에 표시해 보면 그 이유가 드러난다. 강원 철원군을 제외하면 발병 돼지농장과 감염된 야생 멧돼지 발견 지역이 겹친다. 우연이라고 보기 힘든 수준이다.

이에 정부의 두 가지 대응이 ASF의 추가 확산을 막는 데 유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첫 번째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작품이다. ASF 발생 지역의 사육돼지를 사실상 전량 살처분해 ‘진공 상태’를 만들고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했다. 환경부 역시 중북부 지역에 방역대를 설정하고 야생 멧돼지 남하를 전례없이 강하게 저지하고 있다. 일련의 조치가 맞물리면서 ASF가 남하하는 ‘최악의 상황’만은 면한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에 따르면 24일 기준으로 ASF 발병 사례는 사육돼지 농장 14건, 야생 멧돼지 26건으로 확인됐다. 사육돼지 농장의 경우 지난달 10일 마지막 확진 판정이 나온 이후 추가 발병이 없다. 44일 동안 잠잠한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ASF의 최대 잠복기가 19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람이나 차량을 통한 ‘수평 전파’ 가능성은 더 이상 없는 상태다.

야생 멧돼지는 상황이 다르다. 지난달 3일 첫 감염 소식이 전해진 이후 꾸준히 감염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26번째 사례만 해도 불과 사흘 전인 지난 21일에 확인됐다. ASF 전파의 4대 요인(사람, 차량, 잔반, 야생 멧돼지) 중 한 가지 요인이 아직도 활개를 치는 것이다. 다만 사육돼지 농장의 추가 발병 사례는 야생 멧돼지 감염 확산에도 소강 상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해답은 발병 농장과 야생 멧돼지 감염 지역의 지리적 특성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지도를 보면 사육돼지 발병 지역(인천 강화군, 경기 김포·파주시 및 연천군)과 야생 멧돼지 발병 지역은 묘할 정도로 겹친다. 26건의 감염 사례 중 14건(53.8%)이 경기 연천군과 파주시에서 확인됐다. 이 지역은 집중 발병 이후 살처분이나 정부 수매로 사육돼지를 찾아 보기 힘들다. 경기 파주시는 140개 농장 12만5798마리, 연천군은 138개 농장 19만8708마리를 살처분·수매했다. 야생 멧돼지와 사육돼지 간 수평전파 발생 가능성이 희박한 것이다.

나머지 12건(46.2%)은 발병 농장과 거리가 있기는 하다. 다만 강원 철원군, 그 중에서도 원남면 한 곳에서만 감염 사례가 나온다. 이 외 사육농장 발병 사례가 없는 지역에서는 야생 멧돼지 발병 사례가 없다. 그나마 강원 철원군 인근에서도 27개 농장 2만8001마리를 수매·살처분하며 수평 전파 가능성을 차단했다.


여기에 더해 농식품부는 발생지역 4곳에 5곳(경기 고양·양주·동두천·포천시, 강원 철원군)을 더해 9개 지역을 특별관리 중이다. 해당 지역 내 축산 차량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걸 막고 있다.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르는 수평 전파 확률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차단·고립’ ‘빨리 대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환경부도 46번 국도를 저지선으로 삼고 그보다 북쪽에 있는 17개 시·군에서 야생 멧돼지 사살·포획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의 두 가지 조치가 맞물리면서 ASF가 번져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 장관은 “막아내고는 있지만 가축 전염병의 근본적 방지 방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임기 동안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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