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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주문할게요” 구조신호 알아챈 911 상담사의 기지

응급의료지원상담사 팀 테니옉(54)씨가 피자를 주문하는 전화에 가정폭력을 알아챘다. 그는 경찰에 곧장 신고했고, 가정폭력에 노출된 가정을 구했다. 이하 'fox8' 캡쳐

미국 응급의료지원상담사의 기지가 가정폭력에 노출된 가정을 구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 보도에 따르면 오리건주 오하이오 소방서의 응급의료지원상담사 팀 테니옉(54)은 지난 13일 저녁 소방서로 피자를 주문하는 한 여성의 전화를 받았다. 처음에 그는 누군가가 전화를 잘못 걸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여성이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곧바로 신고했고, 경찰이 여성의 집으로 출동해 가정폭력범 사이먼 레이 로페즈(56)를 체포했다.

그가 경찰에 신고 전화를 걸게 된 사연은 이랬다. 테니옉은 지난 13일 저녁 뜬금없는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여성은 테니옉에게 피자를 집으로 배달해달라고 주문했다. 테니옉은 “911으로 전화를 하셨어요. 지금 피자를 주문하신 거 맞나요?”라고 되물었다. 하지만 여성은 전화를 끊지 않았다. 심지어 아파트 호수까지 알려주려고 했다. 테니옉은 “번호를 잘못 알고 거셨어요”라고 거듭 설명했다. 그러자 여성은 “아니, 당신은 지금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라고 답했다.


테니옉은 여성의 말에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상황의 심각성을 느낀 그는 ‘네 또는 아니오’로 대답해야 하는 질문을 몇 개 던졌다. 여성은 “네, 저는 라지 사이즈 피자를 주문할게요” “아니요, 페퍼로니를 추가해주세요”라고 대답했다.

‘라지 사이즈 피자 주문’과 ‘페퍼로니 추가’는 아무 상관 없는 말이었다. 핵심은 ‘네, 아니오’였다. 테니옉은 대화를 통해 수화기 너머로 벌어진 가정 폭력 사건을 직감했다. 그는 기초 조사를 끝낸 뒤 여성에게 전화를 계속할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녀는 거절하고 전화를 끊었다. 테니옉이 기지를 발휘해야 했다.


테니옉은 경찰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 경찰은 가정 폭력이 의심되는 상황으로 결론 짓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테니옉은 “발신자가 피자를 주문했기 때문에 사이렌을 끄고 출동해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은 테니옉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테니옉의 직감은 맞았다. 오레곤주 경찰청에 따르면 사이먼 레이 로페즈는 술에 취한 채로 발신자 여성의 어머니 A씨를(57)를 주먹으로 때렸다. 그는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A씨를 집안 곳곳에서 밀쳤다. 로페즈의 폭력을 참다못한 여성이 테니옉에게 신고 전화를 했던 것이다. A씨와 로페즈는 연인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발신자의 어머니를 폭행한 혐의로 체포된 사이먼 로페즈(57). 워싱턴포스트 캡쳐

로페즈는 상해미수 및 가정폭력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또 법원에 출두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여성의 전화를 장난으로 생각하고 끊었다면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뻔했다. 테니옉의 기지가 경찰이 출동하지 않았더라면 벌어졌을지도 모르는 가정폭력을 막아낸 것이다.

테니옉은 현지 언론에 “14년 동안 일했지만 이런 전화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분명 술에 취한 상태가 아니었고, 그녀가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면서도 “소방서에서 일하는 응급의료지원상담사들은 이런 전화에 항상 대응한다. 하지만 일에 대한 적절한 인정을 못 받는다”고 호소했다.

박준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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