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LoL)’ 프로게이머인 ‘카나비’(게임상 닉네임) 서진혁(19)군의 ‘강압 이적 의혹’ 사건에 대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27일 20만 명 이상의 추천을 받아 답변 대상이 됐다. 지난 20일 청원이 시작된지 1주일 만이다.

지난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조규남 전 그리핀 대표와 김대호 전 그리핀 감독의 징계 재조사' 청원이 27일 20만명을 돌파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e스포츠 팬들은 강압 이적 의혹을 폭로한 김대호 전 그리핀 감독을 라이엇게임즈 코리아가 징계한 데 대해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복성 징계”라고 반발해왔다. 앞서 라이엇게임즈가 주도하는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운영위원회는 지난 20일 강압 이적 의혹의 가해자로 지목된 조규남 전 그리핀 대표에게 무기한 출장정지 징계를 내렸다. 동시에 김 전 감독에게도 선수들에게 폭언, 폭력을 휘둘렀다는 이유로 같은 수준의 징계를 내렸다.

해당 청원이 20만명을 넘긴 배경에는 서군이 그리핀과 맺은 ‘불공정 계약’이 있었다. 지난 21일 국민일보 보도로 공개된 서군의 계약서에는 선수가 30일 이상 입원할 경우, 선수의 기량이 떨어질 경우 팀은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고 돼 있다. 연락이 두절되면 팀은 선수와의 계약을 해지한 뒤 ‘5000만원+그간 지급한 모든 돈’을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도 담겨 있다. “완전한 노예계약” “어른들이 미성년자를 착취했다”는 등 커뮤니티에서 비판 여론이 폭발했다.

27일 e스포츠 구단이 선수들과 맺은 계약서에 대한 전수조사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이에 앞서 서군이 지난 7월 에이전시 ‘키앤파트너스’와 계약한 문건도 공개됐다(국민일보 11월 18일자 1면). 에이전트가 있었음에도 서군이 소속 팀의 강요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서군의 에이전시는 그리핀에게 법률 자문을 해준 법무법인 비트와 사실상 동일한 회사라는 점도 논란이 됐다. 원칙적으로 금지된 ‘쌍방대리’ 정황, 에이전시가 선수보다 팀에 유리한 입장을 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키앤파트너스는 이적 상황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클라이언트’인 서군과 연락 한 번 하지 않았다.

LoL 프로게이머 '카나비' 서진혁. 그리핀 제공

청원이 20만 명을 넘기자마자 팬들은 e스포츠 모든 구단의 계약서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한 e스포츠 팬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새로운 청원을 올렸다. 청원에는 “프로게이머들의 불공정 계약서가 관행이었다면 이는 다른 구단, 다른 종목에 속해 있는 프로게이머들의 계약 또한 불공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e스포츠 업계 모든 프로 구단의 계약서를 전수 조사해주시길 청원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어 청원자는 “더 이상 재능 넘치는 사회 초년생들이 어른들의 이익을 위해 희생돼 날개가 꺾이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e스포츠 팬들은 청와대가 20만 명 추천을 받은 청원에 대한 답변을 통해 계약서 전수조사 및 표준계약서 도입 등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한다. 별도의 청원이 제기됐지만 사실상 같은 흐름 선상에 있는 내용이다. 전수조사를 주장한 청원자는 e스포츠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현재 여론이 분산될까 걱정하는 사람이 많던데 (불공정 계약이) 지금 카나비 사건의 핵심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e스포츠 표준계약서가 시급히 도입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달 22일 ‘e스포츠 진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구단과 선수가 계약을 진행할 때 문화체육관광부가 마련한 표준계약서로 계약을 맺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지난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파행하면서 법안 처리가 난항에 부딪혔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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