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민주당 대선 후보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유력시될 경우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샌더스 의원은 물론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 민주당 유력 대권 주자들이 경쟁적으로 급진적 공약을 쏟아내는 데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실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민주당 거물들이 노선 투쟁에만 열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사석에서 샌더스 의원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아질 경우 그를 막기 위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경선이 과열되지 않도록 인도하는 역할에 머물며 직접 개입은 자제하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경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전폭적으로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지만 샌더스 의원만큼은 예외라고 한다. 오바마 전 대통령 진영은 샌더스 의원이 대선 후보에 오르면 지금보다 더 큰 해악을 끼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폴리티코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발언이 언제 나왔는지는 보도하지 않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측근은 해당 발언의 진위를 묻는 문의에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만약 샌더스 의원이 대선 주자가 된다면 아마도 뭔가 할 말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그러면서 “샌더스 의원이 대선 후보가 될 것 같지는 않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 진영이 샌더스 의원을 곱지 않게 여기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2016년 대선 당시 ‘사회적 민주주의자’를 표방하며 돌풍을 일으킨 샌더스 의원은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도 선두 그룹에 자리 잡고 있다. 샌더스 의원은 이번에도 법인세 인상과 대학 무상 교육, 보편적 의료보험제도 등 급진적 공약을 제시했다. 역시 유력 주자로 꼽히는 워런 의원도 샌더스 의원과 유사한 공약을 내놓으며 선명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최근 공개 석상에서 두 사람을 겨냥한 듯 “평범한 미국인은 기존 시스템을 무너뜨리길 원치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 진영은 워런 의원과도 꽤 껄끄러운 관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해 중간선거를 치르면서 민주당의 급진화, 이념화를 경계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퇴임 이후 한동안 입장 표명을 자제했던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민주당 중간선거 후보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 유세에 나서며 정치 행보를 재개한 바 있다. 측근들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민주당의 정치 신인들이 소셜미디어에서 너무 급진적인 발언을 하지 않도록 주의토록 할 필요가 있음을 절감했다고 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측근은 폴리티코에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젊은데다 흑인이어서 유권자들에게 마치 지역사회 활동가처럼 인식됐다”면서 “하지만 오바마 전 대통령은 다양한 이슈에서 경선 맞수였던 힐러리 클린턴과 성향이 같거나 더욱 보수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바마 전 대통령은 중도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은 진보”라며 “그는 진보인 건 맞지만 지금 뛰고 있는 몇몇 민주당 경선 주자들에게는 근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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