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드레스덴 그뤼네게뵐베 박물관에서 도난당한 3개 세트 90여점 가운데 일부. 작센주 경찰 SNS 캡처

유럽 최고의 보석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는 독일 드레스덴 그뤼네게뵐베 박물관에서 2차대전 이후 최대 도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보험 가입이 안된 것으로 드러났다. 도난된 보석의 가격이 10억 유로(약 1조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박물관은 어떤 피해 보상도 받을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 빠졌다.

독일 작센주 경찰은 26일(현지시간) 공개수배 전단을 통해 그뤼네게뵐베 박물관에서 도난당한 보석들 가운데 10점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는 도난된 3개 세트 90여점 가운데 일부다. 해외 언론에 따르면 2개 세트는 각각 37개의 장신구들로 이뤄져 있고, 나머지 1개는 20여개라고 한다. 이들 공예품의 대다수는 작센 왕국의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3세 통치기에 왕실의 보석세공사들이 대를 이어 제작한 것들이다.

도난된 보석들 중에는 15개의 대형 다이아몬드와 100여개의 소형 다이아몬드로 이뤄진 모자 장식, 16캐럿의 다이아몬드를 비롯해 전체 614캐럿의 다이아몬드가 박힌 리본 모양 브로치, 9개의 대형 다이아몬드와 770개의 소형 다이아몬드가 장식된 검 손잡이와 칼집, 물방울 모양의 20캐럿 다이아몬드가 중앙에 박힌 독수리 모양의 공예품, 대형 진주 177개로 이뤄진 목걸이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들이 포함돼 있다.

‘녹색 금고’라는 뜻의 그뤼네게뵐레 박물관은 ‘유럽의 보석상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화려한 보석 공예품 3000여점을 소장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전 세계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드는 곳이지만 보안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CCTV 영상을 보면 2명으로 이뤄진 절도범들이 박물관의 10여개 전시실 중 ‘녹색의 둥근 천장 방’ 전시실만 털었다. ‘보석의 방’으로 불리는 이곳 전시실에 귀한 보석이 주로 전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절도범들은 도끼로 수차례 전시함을 내리쳐 구멍을 뚫은 뒤 손을 넣어 보석을 집어들고는 달아났다. 현재 절도범의 신원이나 행방은 전혀 알려진 것이 없다.

박물관은 구체적인 피해 규모를 밝히지 않은 채 대표적인 품목들만 공개했다. 문화적, 역사적 가치가 워낙 높은 것이라 그 피해를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영국의 보석 역사가인 비비엔 베커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역사상 최악의 예술품 도난 사고 가운데 하나”라면서 “루브르 박물관을 부수고 모나리자를 가져간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

설상가상으로 박물관은 이들 보석에 대해 보험을 들지 않았다. 새로운 소장품을 구입하거나 들여올 때만 보험을 가입하고 오랫동안 소장해온 보석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도난된 작품들이 워낙 세계적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공개된 시장에서는 팔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절도범들이 세트에 포함된 작품들을 하나씩 나눠 암시장에서 팔거나 다이아몬드 등 보석을 떼내어 팔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마리온 아커만 박물관 관장은 “작품들이 해체될 가능성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며 절망적인 심정을 나타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