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설리(본명 최진리·25)가 지난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10대 청소년 자살자 수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유명인이 자살할 경우 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해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인 ‘베르테르 효과’가 우려된다.

홍현주 한림대 의대 교수는 지난 1일 ‘열린 라디오 YTN’에 출연해 “아직 공식적인 분석은 나오지 않았지만 최씨 사망 이후에 예년에 비해서 학생 자살자 숫자가 매우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2017년 가수 종현(본명 김종현·27)의 사망 이후 한두 달 사이에 10대 자살이 예년에 비해 급증했다. 2008년 10월 배우 최진실씨의 극단적 선택 이후 한국의 2009년 자살률이 크게 늘어난 바 있다”며 ‘베르테르 효과’를 우려했다.

한국 청소년들의 사망 원인 1위는 근래 10년 이상 자살로 집계되고 있다. 홍 교수는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10대 자살률은 10만명당 5.8명 정도인데, 우려스러운 점은 지난해 이후 10대 자살률이 다른 연령에 비해서 매우 증가했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연령구조 차이를 제거해 계산한 '연령표준화자살률'에 따르면, 작년 기준 한국의 자살률은 24.7명으로 OECD 평균인 11.5명에 비해 2배 이상 많았다. 2017년 기준 한국의 자살률은 23.0명을 기록했다. 뉴시스

그는 “한국 청소년의 경우 가정·학업 스트레스, 대인관계가 자살에 복합적인 영향을 준다”며 자살 전 징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사전 징후는 기분, 행동, 신체증상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홍 교수는 “우울하거나 무기력해 보이기도 하고, 짜증을 내거나 불안해하거나 잠자는 습관에 변화가 나타나기도 한다. 죽음이나 자살에 대해 말, 글 등 다양하게 표현하기도 한다”며 “당시에는 자살을 생각하고 있다거나, 힘들다는 것을 알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나중에 되짚어 보면 90% 이상은 사전 징후가 보인다”고 했다.

자살 징후가 보이는 청소년에게는 구체적이고 직설적으로 묻는 게 효과적이다. 홍 교수는 “많은 경우 사춘기라서 그러려니, 아니면 그러다 말겠지 하며 넘어가기 쉽지만 직접적으로 다가가서 말을 건네고 확인해야 한다”면서 “어떻게 도와주면 될지도 구체적이고 직설적으로 물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어른들은 이런 주제에 대해 물어보는 것에 대해 조금 불편해하지만 오히려 많은 청소년들은 이렇게 물어봐 주면 굉장히 솔직하게 얘기를 많이 한다”며 “관찰한 것들을 바탕으로 먼저 말을 꺼내면서 ‘이런 변화가 있는데 걱정된다. 무슨 일 있었니?’하고 물어보면 아이들은 말을 꺼낸다”고 말했다.

청소년 자살 예방을 위한 투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청소년 자살은 사건이 터지면 언론의 주목을 받는데 실제 예방을 위한 예산이나 인력 투자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부모와 현실적으로 많이 단절돼 있다. 요새 아이들은 직접 말을 하거나 전화를 하는 것보다는 문자 등 다양한 방법의 접근을 원하고 있다”며 다양한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보호자 동의가 없더라도 위험이 감지됐을 땐 적절한 서비스를 받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며 “우리 아이들의 문제는 우리의 미래라는 생각을 갖고, 보다 적극적으로 지속 가능한 예산과 지원을 위해서 계속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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