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이 밀집해 있는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거리. 회사원 박모(34)씨는 최근 전동 킥보드를 타고 우르르 몰려다니는 고등학생 무리와 마주쳤다. 운전면허 또는 원동기장치 자전거면허가 있어야 탈 수 있는 전동 킥보드를 타는 게 의아해 어떻게 빌렸는지 물었다. 그러자 “엄마 운전면허로 인증했다” “엄마 휴대전화로 쉽게 빌릴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박씨는 “안전모 없이 인도 위를 달리는 학생들이 위험천만해 보였다”고 말했다.

회사원 최모(32)씨는 지난달 20일 강남구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몰던 전동 킥보드에 받혀 병원 치료를 받았다. 전동 킥보드 운행이 금지된 인도 위에서 난 사고였다. 가해 학생은 “학원에 가던 길이었다. 면허는 없지만 내 휴대전화로 빌렸다”고 했다. 최씨는 “어린 아이들이 많은 낮 시간대여서 자칫하면 큰 사고가 될 뻔했다”고 말했다.

전동 킥보드 이용이 늘고 있지만 미성년자의 면허 인증 및 대여 절차는 너무나 허술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공유 서비스가 활성화된 최근에는 강남 학원가를 중심으로 전동 킥보드를 타고 등·하원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사고가 날 가능성 역시 높아졌다.

도로교통법상 전동 킥보드는 만 16세 이상 취득 가능한 원동기장치 자전거면허(정격출력 0.59㎾ 미만)나 만 18세 이상 취득 가능한 2종 소형면허(0.59㎾ 이상)가 있어야 탈 수 있다. 주행은 인도나 자전거도로가 아닌 일반도로에서 가능하다. 미성년자가 무면허로 전동 킥보드를 운행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사고를 내면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3일 “올해 들어 학생들이 전동 킥보드 사고를 낸 뒤 경찰서를 찾는 경우가 잦아졌다. 킥보드가 하나의 완구라는 인식이 강해 대다수 학생이 면허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런데도 오히려 전동 킥보드 이용을 장려하는 학부모도 있다”고 했다.

전동 킥보드 대여는 대부분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이뤄진다. 그러나 앱에서의 면허 인증 및 대여 절차는 너무나도 간소하다. 글로벌 전동 킥보드 공유서비스 업체 한곳은 약관을 읽고, 면허 소지 유무만 체크하면 이를 대여할 수 있었다. 다른 업체도 다르지 않다. 면허증을 카메라로 촬영해 올리기만 하면 인증 절차가 끝났다. 본인의 면허인지, 유효한 면허인지 가려내는 과정은 없었다.

전동 킥보드 공유서비스 업체의 스마트폰 앱 다운로드 수는 각각 10만명을 넘는다. 이용자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전동 킥보드가 애매한 거리를 오가는 학원가 학생들의 교통수단이자 놀이기구로 자리잡는 상황인데, 무면허 주행에서 비롯된 사고 사례도 심심찮게 보이고 있다.

정작 공유 서비스 업체는 면허 인증 관련 개선책에 대해 극히 미온적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나라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한국에선 면허증 소지 등 현지법을 준수해야 한다”면서도 “안전한 탑승 문화를 위한 안전교육을 반복 실시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 업체는 지난해 1곳(150여대 운영)에서 올해 13곳(7000여대)으로 급증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종 교통수단에 대한 관계 법령 정비가 필요하다”며 “전동 킥보드 이용시 면허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관련 교육을 꾸준히 하겠다”고 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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