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집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자신들을 훈계한 A씨의 집을 확인하는 학생들. 보배드림 캡처

“담배 피우지 말고 가라”

전북 전주의 평범한 가장 A씨(37)가 그의 집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고등학생들에게 날린 이 짧은 한 마디가 평화로웠던 가정을 뒤흔들어 놓았습니다. A씨에게 앙심을 품은 학생들이 집을 찾아와 보복한 것입니다. A씨는 아내가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로 힘들어하고 있지만 정작 가해 학생들은 여전히 인근에서 담배를 피우며 아무 일 없는 듯 잘 지낸다고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지난달 27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이런 사연이 올라온 뒤 네티즌들은 공분하고 있습니다. A씨는 이 글에서 “너무나 억울하다”며 “훈계하고 끝났다 생각한 사건이 저희 가족을 이렇게 힘들게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사건은 지난 7월 10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다세대 주택 2층에서 아내와 함께 두 살배기 첫째 딸과 생후 3개월 된 둘째 딸을 키우는 A씨는 이날 3시쯤 자신을 다급하게 찾는 아내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습니다. 집 1층 주차장에서 남녀 고등학생 4명이 담배를 피워 그 냄새가 집에 들어왔던 겁니다. A씨는 학생들에게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훈계했습니다. 이들은 곧 담배를 던지고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그대로 끝난 줄 알았던 사건은 이후 A씨의 일상을 엉망으로 망가뜨려놓았습니다. 학생들은 2시간 만에 A씨의 집에 다시 찾아와 담배를 피우고 불씨가 꺼지지 않은 꽁초를 거실 창문으로 던졌습니다. 심지어 화단에 있는 돌을 집어 던지기도 했습니다. A씨는 학생들이 이런 짓을 하는 동안 시종일관 깔깔대며 웃었다고 전했습니다. 또 공동현관으로 들어온 학생들이 A씨의 집 초인종을 반복적으로 누르는 장난을 치기도 했습니다. 택배기사인 줄 알고 문을 연 아내는 갑자기 웃으며 도망가는 학생들을 보고 매우 놀랐다고 합니다. 이런 행위는 이틀간 지속됐습니다.

A씨가 경찰에 지속적으로 신고한 문자 내용. A씨 집 베란다에 떨어진 담배꽁초. 보배드림

화가 난 A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학생 중 한 명이 경찰에 검거됐지만 해당 학생과 부모의 태도는 그를 더욱 화나게 했습니다. 아들이 붙잡혔다는 소식을 들은 가해 학생 어머니가 “우리 아이가 그랬다는 증거가 있느냐. 왜 죄 없는 아이를 잡아 온 거냐”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가해 학생도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 잡혀왔다”고 주장했습니다.

분명 주차장 CCTV에는 A씨의 집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위치를 확인한 학생들이 이후 돌아와 보복을 하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처음에는 경찰도 CCTV 영상에 보복 행위가 이뤄진 정확한 장면 확인이 어려워 혐의 적용이 어렵다고 했지만, A씨는 포기하지 않고 이들이 담배꽁초를 던지는 장면 등을 찾아내 따졌습니다. 결국 가해 학생들은 모든 죄를 인정했고 주거침입과 재물손괴 등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청소년 범죄 예방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조건으로 결국 기소유예 판결을 받는데 그쳤습니다. 자유로워진 학생들은 여전히 A씨의 집 앞이나 집 앞 공원에서 담배를 피우고 오며가며 A씨 가족과 마주치기도 합니다. A씨는 “사건 이후 아내가 불안장애와 우울증 등의 증세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며 “자신이 없으면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한다”고 전했습니다. 심지어 택배기사, 우체국 집배원 그 누구에게도 문을 열어주지 않고 A씨가 없을 때는 모든 문을 걸어 잠근 후 두 딸과 안방에만 머문다고 합니다. 결국 A씨는 먼 곳으로 이사하고 민사소송을 할 생각입니다.

글 말미에 A씨는 “큰 걸 바라지 않는다”며 “아이들의 진심 어린 반성을 듣고 싶었으나 그 어떤 학생도, 그들의 부모도 우리에게 사과를 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고 넋두리했습니다. 글을 본 네티즌들은 “청소년 보호법 정말 개정이 필요하다” “아내의 불안감과 스트레스는 누가 보상해주느냐” “세상이 무섭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며 분노와 안타까움을 표합니다. A씨 가족이 하루빨리 안정을 되찾기를 바랍니다.

[사연뉴스]는 국민일보 기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는 코너입니다. 살아 있는 이야기는 한 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더 풍성하게 살이 붙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반전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연의 흐름도 추적해 [사연뉴스 그후]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연뉴스]는 여러분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박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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