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LoL)’ 프로게이머 ‘카나비’(게임상 닉네임) 서진혁(19)군이 “저와 같은 피해를 입는 제2, 제3의 카나비가 없었으면 좋겠다”며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책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군은 지난 9월 소속 프로게임단 ‘그리핀’으로부터 중국으로 4년 이상의 장기 이적 계약을 강요당했다. 이적 과정에서 게임단 대표가 협박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e스포츠계를 뒤집어 놓은 이른바 ‘카나비 사태’다. 이후 서군이 소속 구단과 맺은 불공정 계약서까지 공개되면서 미성년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e스포츠계의 ‘노예계약’ 관행이 드러났다. 그리핀은 서군의 이적을 취소하고 자유계약 선수(FA)로 풀어주는 등 뒤늦게 수습에 나섰으나 공분은 가라앉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또 다른 카나비들이 많은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카나비' 서진혁군이 1일 경기도 부천의 한 카페에서 국민일보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군은 지난 10월 강압 이적 폭로 이후 한달 여가 흐른 지난 1일 부천의 한 카페에서 국민일보와 만났다. 언론 인터뷰는 처음이다. 서군은 “부당한 계약으로 어려워하는 프로게이머들의 문제가 무조건 해결됐으면 좋겠다”며 “정부 차원, 그게 안 된다면 게임사에서라도 제대로 대책을 만들거나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세 전후로 나이가 어린 프로게이머들은 자신들이 부당한 일을 당했는지 여부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다”며 “불공정 계약에 대한 자문을 받을 수 있는 창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군은 e스포츠계에서 ‘초특급’ 유망주로 꼽힌다. 그는 “이전 팀에서 4~5년 장기 계약 얘기를 들었을 때는 막막했다”며 “지금은 새로운 팀과 자유계약선수(FA)로 1년 계약을 해 홀가분하다”고 전했다. 이어 “팬들의 도움을 받아 너무 감사하다. 어려운 상황을 딛고 도약하는 모습을 많은 팬들한테 보여드리고 싶다”며 밝게 웃었다. 그는 4일 소속 구단인 중국의 징동게이밍(JDG)에 합류하기 위해 출국한다.

-최근 강압 이적, 불공정 계약 등 게임 외 적인 일로 고생이 많았을 것 같다. 프로게이머들이 자기 기량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 같나

“일단은 저와 같은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에이전트 등 전문가와 함께 계약을 진행하면 좋을 것 같다. 정부 차원의 개선책도 있었으면 좋겠다. 그 것이 안 된다면 게임사에서라도 제대로 대책을 만들거나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

-처음에 강압 이적을 폭로한 인물은 프로게임단 그리핀 감독이었던 김대호씨다. 서군이 직접 찾아가 상담을 했다고 들었다. 다른 창구는 없었나

“김대호 전 감독님 말고 (다른 창구는) 없었을 것 같다. 20세 전후로 나이가 어린 프로게이머들은 자신들이 부당한 일을 당했는지 여부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다. 불공정 계약 등에 대한 자문을 받을 수 있는 창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서군이 소속팀 지시로 계약한 에이전시가 있었다. 전혀 도움을 받지 못했나

“네. 도움을 못 받았고 에이전트가 있다는 것도 몰랐다.”

-e스포츠계에 불공정 계약 등으로 피해를 입는 사례가 많다

“혹시 저와 같은 사례가 있다면 무조건 해결됐으면 좋겠다. 해결돼야만 하는 것이고.”

-최근 어려운 상황을 겪은데 대한 심경은

“중국의 JDG와 4년, 5년 이적 계약 얘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막막했다. 내가 과연 4~5년 동안 열심히 할 수 있을까. 지금은 FA로 JDG와 1년, 만족할 만한 조건에 계약을 해서 마음이 홀가분하다. 한 달 동안 고생을 한 데 대한 보상으로 지금은 휴가를 즐기고 있다. 친구들과 ‘워크래프트3’ 같은 게임을 하면서 쉬고 있다. 다 같이 하기 좋고 재미있다.

'카나비' 서진혁군이 1일 경기도 부천의 한 카페에서 국민일보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수십만 LoL 팬들이 결국 강압 이적, 불공정 계약으로부터 서군을 구해준 셈이다

“제가 이렇게 팬들에게 관심을 많이 받을 줄 몰랐다. 관심에 너무 감사하고, 안 좋은 모습 딛고 열심히 도약하는 모습을 많은 팬들한테 보여드리고 싶다. 지금이 제 최고 기량이다. 곧 전성기가 올 것이고 목표는 무조건 우승이다.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까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LPL(중국 LoL 1부 리그) 우승을 하고 싶다.”

-특별히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최고로 고마운 사람은 김대호 전 감독님이다. 감독님께서 ‘진혁이가 얘기하지 말하고 했는데 내가 다 얘기했다’고 말해서 좀 오해가 생겼는데, 연봉, 계약금 같은 부분은 계약 사항이어서 좀 민감했던 것이었고 나머지 내용은 얘기해도 상관없었다. 그 다음은 옆에서 도움이 돼준 ‘뉴트’ 김진 선수. 저는 김 전 감독님 폭로 방송을 보지 못했는데 김진 선수가 방송을 보고 저한테 알려줬다. ‘임프’ 구승빈 선수나 ‘로컨’ 이동욱 선수 등 LPL 선수들 도움도 받았다.

-중국의 JDG와 장기 계약 문제를 겪었다.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이후에 다시 JDG를 고른 배경은

“원래 JDG와 임대 계약을 한 기간이 1년 반이었다. JDG와 다시 1년 하기로 한 이유는 남은 기간 동안 저를 중심으로 팀을 짜준다고 해서다. 제가 그걸 막아버리면 팀에 너무 민폐를 끼치는 것 같다. 1년 계약에 조건도 좋아져서 함께 계약하게 됐다. JDG에 가면 확실한 주전이고, 제가 하고 싶은 플레이를 마음껏 할 수 있다. 이미 반년 동안 JDG 팀원들과 쌓아온 것들도 적지 않다. 그리고 원래 저를 좋아하고, 인정해주는 팀에 가는 게 맞다. 이번 이적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JDG가 제 ‘위챗’(중국 최대 모바일 메신저) 내용을 다 공개해도 좋다고 했다. 그런 도움도 받았다.”

-JDG는 강한 팀인가

“JDG는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중위권 팀인데 열심히 하면 강해질 수 있는 팀이다. 모든 LPL팀이 첫 시작은 비슷한데 결국 누가 더 열심히 하느냐 싸움으로 순위가 갈린다.”

-JDG 내에선 누구랑 친하게 지냈나

“원래 ‘임프’ 구승빈 선수와 친했다. 구승빈 선수가 은퇴를 해서 팀에 또 한국 선수가 오면 그 선수와 제일 친해지지 않을까.”

-JDG의 가장 강력한 맞수는

“LPL로 치면 아무래도 전 시즌 롤드컵 우승팀인 ‘펀플러스 피닉스’ 아닐까. 제가 알기론 멤버가 거의 안 바뀌는 걸로 안다. 아직까진 그 팀이 가장 강해 보인다.

-LoL은 언제 시작했나

“초등학교 6학년 때. 시즌 5때부터 마스터였다. 그때는 프로게이머가 유명한 직업, 알려진 직업이 아니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공부는 길이 아닌 것 같아서 게임 쪽을 알아보다가 프로게이머가 됐다. 솔직히 공부가 싫어서 게임을 한 케이스다. 게임을 하다 보니 잘해져서 프로가 됐다.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 공부나 하라고 하셨는데 지금은 반대를 안 하신다. 자주 연락 드린다.”

'카나비' 서진혁군이 1일 경기도 부천의 한 카페에서 국민일보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어떻게 그리핀에 들어가게 됐나

“그리핀이 ‘LoL 챌린저스 코리아’(LoL 2부 리그)에서 1부 리그인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로 와서 바로 2등을 했다. 그리고 솔로 랭크에서 그리핀 선수들을 만나봤는데 정말 잘하고 열심히 하더라. 이런 팀 그리핀 말고 없겠다 싶어 그리핀에만 지원을 넣었다. 그래서 그리핀 연습생이 됐다. 로스터에 들어가려면 1000점을 찍어야 한다고 하더라. 그게 그리핀 커트라인 솔로랭크 1000점 얘기다.”

-다른 팀을 지원한 적은 없나

“그리핀 안 되면 다른 팀도 넣어보려 했는데 그리핀에 바로 붙었다. 특별히 좋아하는 팀이 그리핀이었다.”

-언젠간 LCK에서 활동하고 싶은 생각도 있나

“원래 꿈이 LCK 우승이다. LCK 우승해서 저를 알리고 싶어서 그리핀에 갔던 거다. 그래서 아마도 언젠가는 LCK에 올 것 같다. 돌아온다면 아무래도 가장 마음 맞는 팀에서 뛸 것 같다.”

-한국 선수 중 가장 친한 선수는

“그리핀에 있던 ‘쵸비’ 정지훈 선수와 ‘리헨즈’ 손시우 선수다.”

부천=이다니엘, 윤민섭 기자 dne@kmib.co.kr;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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