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정준영(왼쪽)과 최종훈. 뉴시스

집단성폭행·불법촬영 및 유포 등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가수 정준영 사건의 판결문 일부가 3일 공개됐다. 촬영 일자, 내용, 횟수 등이 상세히 기록된 판결문에는 그가 불법촬영을 일종의 ‘놀이’처럼 즐긴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날 KBS가 공개한 판결문 내용에 따르면 정준영이 여성의 신체 부위가 담긴 사진이나 영상을 지인에게 유포한 것은 2015년 11월부터 2016년 6월까지 13회에 달한다. 그의 촬영물이 전송된 곳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5곳과 개인 대화방 3곳이다. 모두 14명이 불법촬영물을 받아봤다.

피해자는 10명 안팎이고, 외국인 2명도 포함돼있다. 같은 날 세 차례나 유포한 적도 있었다. 2015년 11월 26일에 벌어진 일이다. 이날 피해자 A씨의 사진과 영상은 오전 0시24분, 오전 0시56분, 오후 2시15분에 각각 개인 대화방 2곳(가수 용준형·클럽 버닝썬 직원 김모씨), 단체 대화방 1곳으로 전송됐다. 단체 대화방은 가수 최종훈이 속한 곳이었다.

촬영장소는 정준영의 자택, 서울의 한 유흥주점, 해외 호텔 등 다양했다. 심지어 항공기 안에서 한 승무원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기도 했다. 가수 승리, 이종현 등이 속한 단체 대화방에도 정준영의 불법촬영물이 공유됐다.

재판부는 “(정준영 일당이 피해자들을) 단순한 성적 쾌락의 도구로 인식했다”며 “(이들의 대화방에) 심각하게 왜곡된 성의식이 드러난다”고 질타했다. 또 “피해자들이 느꼈을 고통의 정도는 짐작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극심하다”면서 “피고인들의 범행이 너무 중대하고 심각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정준영은 2016년 1월 강원도 홍천, 3월 대구 등에서 만취한 여성을 최종훈과 함께 집단성폭행한 혐의를 받아 지난달 29일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최종훈은 징역 5년형을 받았다. 특히 재판부는 최종훈을 향해 “피해자를 합동 강간해놓고 반성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준영과 최종훈은 선고 직후 울음을 터뜨렸다. 고개를 숙이거나 법원 천장을 바라본 채 오열하다가 구치감으로 향했다. 아직 이들의 항소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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