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경기도 성남의 한 국공립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 간 성폭력 의혹을 두고 사회적 논란이 거세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영유아로 지나치게 어려서 통상적인 성폭력의 범주로 해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일 이 사건을 두고 “발달 과정의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말했다가 예상을 넘는 거센 비난 여론에 서둘러 사과했다. 경찰은 같은 날 사실 관계 파악을 위해 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다만 가해 아동이 만5세로 어려 법적 처분은 어렵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국민일보는 3일 아동발달 전문가들에게 가해 아동의 행동에 대해 물었다. 인터뷰에 응한 4명 중 3명은 이 사건을 두고 정상적인 아동 발달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 행동이라고 답했다. 남은 1명은 문제 아동의 행동이 비교적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일 수 있으며 만 5세 아이가 조직적 의도나 계획을 갖기는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잘못된 성적 행동을 했을 때 부모가 적극적으로 원인을 찾고 교육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일치된 목소리를 냈다. 피해를 당한 아동에 대한 조치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전문가들에게 질의한 가해 아동의 행동은 피해자 부모의 주장을 토대로 했다.

“병리적 행동일 가능성도”

유한익 울산대 아동정신과 교수는 “아이들은 만 3~5세에 성적 호기심이 높아지지만 이는 일시적이고 상호적”이라며 “상호적이라는 건 상대가 싫어하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그러면서 “피해자 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가해 아동의 행동은 보통 아이들이 보이는 행동은 아니다.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상적인 아동 발달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 행동이며 병리적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현숙 탁틴내일 상임대표도 “단순한 성적 호기심으로 한 행동으로 보기는 어렵다. 성장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 건 맞지만 자연스러운 행동은 아니다”라며 “물론 어른들의 시선이나 경험과는 다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피해가 적은 건 아니다.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될 것 같다”고 말했다. 조규필 세종사이버대 청소년학과 교수 역시 “만 5세면 어느 정도 성 인식이 가능한 나이”라고 설명했다.

“자연스러운 발달과정일 수 있다”

소수의견이기는 했지만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김영심 숭실사이버대 아동학과 교수는 “아이들은 만 4~5세부터 성(性) 일관성이 발달해 성은 바꿀 수 없는 것임을 깨닫고 다른 성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며 “(문제 아동의 행동이) 하나의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문제 아동이 의도나 계획을 갖지는 않았을 것으로 봤다. 그는 남자아이들이 선생님이 보지 못하게 여자아이를 둘러싸고 중요 부위에 손을 넣었다는 의혹을 두고 “만 5세 아이들이 조직적인 의도나 계획을 갖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아이들이 아무리 성적 호기심이 있더라도 다른 사람의 몸을 만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했다. 그는 “만 4~5세 아이들이 다른 성을 가진 아이들의 몸을 궁금해하고 보고 싶어 해도 만지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아동기 스마트폰 영상, 영향 있을 수도”

전문가들은 가해 아동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마련할 것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아이를 엄벌하지는 못하더라도 별일 아닌 것으로 치부해서는 안 되며 원인을 찾고 어떻게 도와줄지 섬세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아이들은 자신의 어려움을 표출하는 방법으로 문제 행동을 한다. 그는 “아이는 어려움이 있을 때 성적 행동이나 공격적 행동, 혹은 대인 관계를 기피하는 방식으로 자신이 힘들다는 걸 표출한다”고 말했다. 이어 “평상시에 그런 행위를 목격해 따라 했거나 스트레스를 잘못 표출한 것일 수 있다. 누군가를 괴롭히는 수단으로 성을 이용하기도 한다”며 “부모가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아이의 신체 중요 부위를 만지는 행동의 원인을 자극적인 미디어 영상으로 꼽은 경우도 있었다. 조 교수는 “요즘엔 아동기 때부터 스마트폰에 노출되는데 그 시기에 만화나 영상을 무분별하게 접한 경우 다른 성을 가진 아이를 찌르고 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정상적인 성행위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환경에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게티이미지뱅크

“피해 아동 앞에서는 덤덤하게”

이 대표는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피해 아동에 대한 치유를 강조했다. 자칫 가볍게 넘길 경우 아이가 성인이 됐을 때 큰 상처로 남을 수 있다. 그는 “피해를 당한 아이가 어떠한 감정이었는지, 어떤 느낌이었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아이가 힘들었던 것에 대해 계속 이야기를 하고 부모가 들어주는 게 필요하다. 부모가 그런 부분들에 공감해줘야 한다”며 “부모가 감정적으로 동요하거나 ‘나 때문에 부모님이 힘들어졌다’고 느끼지 않도록 덤덤하게 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또 아이의 행동을 비난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병원놀이를 하면서 서로의 신체를 만지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험을 안 좋게 기억하는 성인도, 별일 아닌 일로 기억하는 성인도 있다”며 “주변 어른들 대처에 따라 어릴 적 성적 경험을 잘 해석하고 넘어가기도, 자책을 하면서 힘들게 넘어가는 경우도 있어 부모 대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해 아동 문제, 일찍 알게 된 게 다행”

이 대표는 이어 “(가해 부모는) 피해 부모의 마음을 풀어주고 사과하는 게 우선”이라며 “문제 아이의 성 문제가 어린 나이에 드러난 만큼 지금이라도 아이 문제에 개입해 개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를 모르고 지나갔다면 나중에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며 “무엇보다 지금부터 어떻게 교육할지 부모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성에 대해 교육하기에 너무 이른 나이는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내 몸이 소중하고 남의 몸이 소중하기 때문에 남의 몸을 만지면 안 된다고 알려줘야 한다”며 “또 누가 자신의 몸을 만졌을 때 싫다고 표현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상대방이 싫으면 포옹도 해서는 안 되고, 동의를 구했다고 하더라도 중요 부위를 만져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하게 교육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아이들이 자신의 성적 호기심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자유롭고 편하게 물어볼 수 있는 대상과 쌍방향적인 소통이 가능한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모와 교사가 성 교육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들과의 꾸준한 대화가 필수라는 지적이다.

성남 소재 어린이집 성폭력 피해 아동 어머니가 올린 소견서.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성남 소재 어린이집 성폭행 사건은 만 5세 여아가 지난달 4일 같은 어린이집의 만 5세 남아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부모에게 얘기하며 알려졌다. 부모가 어린이집 CCTV를 확인한 결과 지난 10월15일 피해 여자아이가 남자아이 4명과 함께 책상 뒤에서 바지를 추스르며 나오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지난달 6일 산부인과 진료에서는 성적 학대 정황도 확인됐다. 사건은 부모가 경기도해바라기센터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고 관련 내용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며 공론화됐다.

박세원 기자, 강태현 객원기자 one@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