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불법 낙태수술을 하는 과정에서 태아가 산 채로 태어났는데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가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산부인과 의사 A씨의 변호인은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아기를 방치해 사망하게 한 것이지 검찰 공소사실처럼 적극적으로 익사시킨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서울의 한 산부인과 원장인 A씨는 올해 3월 임신 34주의 태아를 제왕절개 방식으로 낙태하려 했으나 아이가 살아있는 채로 태어나자 의도적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임신 34주에 이르면 태아의 몸무게는 2.5kg 안팎으로 성장하고 감각체계가 완성된다. 현행 모자보건법에 따르면 부모의 신체질환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임신 24주 이내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지난 4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릴 때도 ‘임신 22주’를 제시했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해 변호인은 불법 낙태 시술을 하고 아이의 시신을 손괴한 혐의인 업무상 낙태 및 사체손괴는 인정했다. 그러나 시술 당시 태아의 건강 상태에 이상이 없었다거나 생존 확률이 높았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변호인의 주장대로 건강에 이상이 있었다고 해도 살리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렇다면 아이를 방치한 ‘부작위(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에 의한 살인’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에 변호인은 “그것까지 다투지는 않겠다”면서도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 되면 형량에 차이가 있다”고 답했다. 같은 살인죄라도 고의의 정도나 범행 수법 등에 따라 형량이 달라진다. 이 때문에 의사 측은 적극적인 의미에서 살인 혐의에 대해서만 부인하겠다는 취지다.

변호인은 이 밖에 마취 전문의에게 아기의 상태에 대한 진단 기록지를 허위로 작성하도록 했다는 혐의인 의료법 위반 부분 역시 부인했다.

김영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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