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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 상태를 확인하지 않은 채 10시간 동안 카카오톡으로 분만 촉진제를 투여하도록 지시해 신생아에게 뇌손상을 초래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의사가 2심에서 사문서위조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이일염 부장판사)는 5일 업무상과실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서울 소재 산부인과 병원장 이모씨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사건이 일어난 2015년 1월 임신 9개월 차였던 A씨는 진통을 느끼고 주치의 이씨의 병원을 찾았다. 주치의가 담당 산모의 분만 전 과정에 함께 하는 책임분만제를 도입했던 병원 측은 당시 부재중이던 이씨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A씨의 입원 사실과 자궁이 열린 정도, 진통 세기 등을 전달했다.

하지만 이씨는 A씨의 입원 사실을 알게 된 오전 6시20분쯤부터 오후 4시쯤까지 10시간 동안 병원에 오지 않았다. 대신 카카오톡으로 간호사에게 분만 촉진제인 옥시토신 투여 등을 지시했다. 이씨가 도착한 지 1시간여 만에 아기가 자연분만으로 태어났으나 울음이 없고 호흡이 불규칙해 바로 대형병원으로 이송됐다. 이후 3개월간 입원치료를 받다 사망했다.

이씨는 이같은 잘못을 은폐하기 위해 산모와 태아의 상태, 취한 조치, 시간 등의 내용을 조작한 간호기록부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씨가 산모와 태아의 상태를 확인하지 않은 채 자궁에 민감하게 작용하는 분만 촉진제를 투여해 태어난 아기에게 뇌손상을 입게 한 혐의로 이씨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했다. A씨는 1심에서 과실치상 혐의뿐만 아니라 사문서위조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이씨의 의료행위와 태아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감정 결과를 토대로 이씨에게 업무상과실치상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고, 사문서위조 혐의에 관해서만 이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와 반대로 민사소송을 담당한 재판부는 이씨의 행위와 태아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지난해 12월 27일 A씨 가족이 이씨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1·2심 모두 이씨의 과실을 인정해 A씨 가족에게 1억594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이씨의 무과실이나 피해자의 뇌 손상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다는 게 적극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형사와 민사 소송의 판단이 엇갈린 가운데 이날 2심 재판부의 결론은 원심 판단 유지였다.

2심 재판부는 “민사와 형사 재판은 책임 증명에 있어 서로 다른 원리를 적용한다”며 “형사재판에서의 유죄인정은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만 하고, 그렇지 않으면 유죄가 의심돼도 유죄로 판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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