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오페라단 음악감독으로 선임된 지휘자 김은선. 연합뉴스

한국인 지휘자 김은선(39)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페라(SFO)의 음악감독으로 5일(현지시간) 임명됐다. 96년 역사를 자랑하는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단을 비롯해 미국 메이저 오페라단에서 여성이 음악감독직을 맡은 건 처음이다.

보수적인 클래식 음악계에서 여성이, 그것도 외국인 출신 여성이 주요 오페라 하우스의 음악감독으로 발탁된 건 매우 파격적인 일로 평가된다. 또 한국인이 세계 주요 오페라단의 음악감독을 맡는 것은 지휘자 정명훈에 이어 두 번째이다.

김은선은 지난 6월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와 첫 연주를 하고 6개월 만에 음악 감독으로 임명됐다. 내년 8월 베토벤 ‘피델리오’ 공연부터 계약 기간 5년을 시작하게 된다.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는 규모나 영향력 등에서 뉴욕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이어 북미에서 두 번째로 큰 오페라단이다.

김은선은 뉴욕타임스(NYT)에 “최초의 ‘여성 음악감독’이 된 것에 감사한다”면서도 “다음 세대(여성 음악감독)는 그저 ‘지휘자’로 불리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의 첫 무대에 섰을 때 고향에 있는 것 같은 편안함을 느꼈다”며 “이 오페라단의 아주 다양한 측면에서 열린 협업, 진정한 프로페셔널의 연금술 같은 신기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김은선은 자신이 음악감독으로 발탁된 이유에 대해 “지휘할 때 어떻게 하면 악보에 쓰여 있는 대로 작곡자의 의도를 잘 전달할 수 있을까만 생각하는데, 그것을 좋게 봐준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의 가족이 되고, 이 놀라운 유산을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게 돼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서울 태생인 김은선은 유럽과 북미의 주요 오페라 극단에서 명성을 쌓으며 ‘한국인 최초’ 혹은 ‘여성 최초’의 기록을 쓰고 있다. 연세대 음대에서 작곡을, 대학원에서 지휘를 전공한 후 독일 슈투트가르트 음대에서 공부했고 2008년 스페인 헤수스 로페스 코보스 오페라 지휘 대회에서 1위에 오르며 마드리드의 테아트로 레알 극장에서 여성 최초로 데뷔했다.

미국 음악계에 데뷔한 건 2017년 9월 휴스턴 그랜드 오케스트라와 함께 준비한 오페라 ‘라트라비아타’를 통해서였다. 당시 극단은 공연에 깊은 감명을 받아 김은선을 수석 객원지휘자로 임명했다. 베를린필하모닉 상임지휘자 겸 바이에른국립오페라 음악감독인 키릴 페트렌코와 베를린 국립오페라 총음악감독 다니엘 바렌보임이 그를 이끌어준 멘토다.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는 “향후 김은선은 관현악단과 코러스, 음악 스태프를 이끌면서 실벅 총감독, 그레고리 헹켈 예술관리 감독 등과 협업해 레퍼토리 선정, 캐스팅 등의 작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벅 총감독은 “김은선은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에 독특한 에너지를 가져다준다. 탁월한 예술적 여정을 추구하면서 관객과 예술가, 기술자, 관리자 등 우리 모두를 연결한다”고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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