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 연합

여러 시민단체 7일 서울 곳곳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와 국회를 향한 각각의 목소리를 냈다. 여의도에서는 ‘검찰 개혁’을, 광화문에서는 ‘이석기 석방’을, 종각에서는 ‘비정규직 철폐’를, 서초에서는 ‘조국 수호’를 외쳤다.

“檢=폭주기관차, 정치검찰 해체하라”
이날 국회의사당 근처에서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주말 집회가 열렸다.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등으로 청와대와 검찰 사이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검찰은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 같다”는 목소리가 여의도를 메웠다.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는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제14차 촛불문화제’를 열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등 검찰개혁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주최 측은 “국민이 요구하는 검찰개혁 법안 등 패스트트랙 4법이 이달 3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됐지만 자유한국당이 이들 법안을 포함한 199개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면서 국민의 염원이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며 “자유한국당은 필리버스터 신청을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검찰 수사를 성토하는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에 대한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김남국 변호사는 “세상에 무도하게 청와대까지 압수수색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검찰이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 같은 모습을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검찰이 묵혀뒀던 사건을 아무 이유도 없이 총선 전에 꺼내서 수사하는 것이야말로 정치개입이고 정치 수사”라고 주장했다.

김민석 전 국회의원은 “검찰은 충심이 있어서 저런다고 하는데 무슨 충심이 정권만 겨냥하느냐”며 “이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반역이고 충심이 아니라 역심이기 때문에 반드시 진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국 전 장관이 그린 그림을 열배, 백배, 천배로 이뤄내도록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잘하라고 격려하자”고 당부했다.


참가자들은 여의도공원 앞 교차로에서 공원 11번 출입구까지 여의대로 5~7개 차로 약 500m를 대부분 채웠다. 국회의사당을 거쳐 자유한국당 당사로 행진할 예정이다.

시민모임 ‘함께 조국수호 검찰개혁’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서초달빛집회’를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정치검찰의 인권유린을 더는 지켜볼 수 없다”며 “공수처 법안을 통과시켜라”라고 요구했다. 이어 ‘조국 수호 검찰 개혁’ 같은 구호를 외쳤다.

“감옥서 7년째… 이석기 석방이 정의”
같은 날 광화문 일대에서는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형이 확정돼 복역 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석방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이번 집회는 이석기의원 내란음모사건 피해자 한국구명위원회, 민주노총, 한국진보연대 등 56개 단체가 함께했다. 이날 오후 1시경부터 ‘이석기 석방하라’ 같은 팻말을 든 참가자들이 광화문 인근으로 집결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고용노동청 앞에서 사전 집회를 열고 광화문 쪽으로 행진했다. 금세 종각역과 광화문역 사이 도로 반쪽을 가득 메웠다. 참가자들은 4갈래로 나뉘어 서울 시내를 행진했다.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청와대 사랑채 앞까지 함께 행진했다.

참가자들은 “이석기 의원 석방하라” “감옥에서 7년째다” “석방이 정의다” 같은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이날 광화문 등 도심에 72개 부대 약 5700명, 여의도 일대에 63개 부대 약 5000명을 배치해 질서와 안전을 유지했다.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

종강역 인근에는 촛불이 켜졌다. 이날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고로 숨진 고(故) 김용균 노동자 추모 1주기를 앞둔 주말이었다.

‘김용균 1주기 추모위원회’는 7일 오후 서울 종각역 인근에서 추모대회를 열었다. 추모식에 참석한 민주노총 등 참가자들은 “김씨가 숨진 지 1년이 지났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죽음의 외주화 등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정부가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의 권고안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추모위와 김씨를 추모하려 모인 많은 이는 추운 날씨 속에서도 추모 영상, 발언, 편지낭독 등을 진행했다. 주최 측 추산 2000여 명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촛불을 들고 ‘사람답게 살고싶다 비정규직 이제 그만’ ‘살고싶다 살고싶다 외주화는 이제 그만’ 같은 구호를 외쳤다. ‘일하다 죽지 않게 차별받지 않게’ ‘우리가 김용균이다’ ‘비정규직 철폐하라’ ‘죽음의 외주화 금지하라’고 적힌 피켓을 든 이도 많았다.


김씨 어머니 김미숙씨는 “우리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무너지게 만든 이 나라가 한없이 원망스럽고, 너를 지켜내지 못한 내가 살아보겠다고 꾸역꾸역 밥을 먹고 살고 있다는 게 비참하다”며 “일자리를 잃을까 봐 전전긍긍하며 불이익을 당해도 말도 못 하는 억울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수많은 ‘용균이들’을 볼 때마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오른다”고 울먹였다.

김씨의 일터 동료 장근만씨는 이날 김씨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우리가 일하는 곳은 여전히 깜깜하다. 우리의 안전과 미래도 마찬가지로 깜깜하다”며 “그런데 이 정부는 벌써 너의 죽음을 잊고 묻으려나 보다. 우리는 다시 용균이 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싸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용균이 너처럼 일터에서 죽어가는 노동자의 소식을 매일 듣는다, 떨어져 죽고, 끼어 죽고, 가스에 중독돼 죽는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네가 생각나고 온몸이 떨리고 괴롭다, 도무지 그 날의 기억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우리는 다시 용균이 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여기 있는 시민들과 함께 싸우려고 한다. 우리를 응원해달라”고 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6시 이후부터 광화문 광장을 경유해 청와대 앞 효자동 치안센터 인근까지 행진을 진행했다. 추모위는 오는 8일 마석 모란공원에서 고 김용균 1주기 추도식을, 1주기 당일인 10일에는 태안화력발전소 내 조형물 건립 예정지에서 현장 추도식을 열 계획이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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