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일 평안남도 양덕군에서 열린 양덕온천문화휴양지 준공식에 참석해 테이프를 끊고 있다. 김 위원장은 양덕온천문화휴양지 완공을 치하하며 “이런 문명을 바로 인민군 군인들의 손으로 건설한 것이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을 지난 7일 진행했다고 8일 밝혔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쓰이는 신형 엔진 테스트를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동창리 시험장에서의 시험 재개는 내년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크리스마스 선물’ 예고편일 수도 있다. 북한 스스로 정한 연말 비핵화 협상 시한을 앞두고 미국을 향한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인 것이다.

아울러 북한이 최대 규모의 6차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15차례나 했던 2017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날린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미국으로부터 비핵화 보상을 못 받는다면 핵보유국 지위를 주장하며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다는 위협인 것이다.
북한이 2017년 3월 18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에서 '신형 대출력 미사일 엔진' 시험을 진행한 뒤 공개한 사진. 오른쪽 사진은 당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발사장 감시대에서 이 시험을 지켜본 뒤 연구자를 업어주며 치하하는 모습. 우상화된 북한의 ‘최고 존엄’이 관계자를 업어주고, 이를 북한 매체가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노동신문, 뉴시스

북한 국방과학원 대변인이 “7일 오후 서해위성발사장에서는 대단히 중대한 시험이 진행됐다”고 발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대변인은 “중대한 시험의 결과는 머지않아 북한의 전략적 지위를 또 한 번 변화시키는 데서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떤 시험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서해위성발사장은 북한이 주로 액체연료를 쓰는 로켓을 개발하는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을 가리킨다. 북한은 2017년 3월 18일 이곳에서 ‘신형 대출력 미사일 엔진’을 시험했다.

북한은 이번에 옛 소련의 RD-250 엔진을 모방해 만든 기존의 액체연료용 ‘백두산 엔진’을 새 무기 체계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성공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군 소식통은 “한·미 군 당국이 최근 추적·감시를 해온 시험장에서 엔진 시험으로 보이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부 군사 전문가는 발사 준비 시간을 단축해 노출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 고체연료용 엔진 개발에 성공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북한이 언급한 ‘전략적 지위 변화’는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 강화’로 풀이될 수 있다. 북한이 이번 고체연료용 엔진 시험을 통해 핵 투발 수단인 ICBM 기술력을 한 단계 진전시켰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7년 11월 29일 ICBM급 ‘화성 15형’ 발사 후 “전략적 지위를 더 높이 올려 세운 위대한 힘”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대통령 전용헬기에 오르기 전 기자들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적대적으로 행동한다면 나는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AP연합뉴스

다만 북한이 연말까지는 미국이 우려하는 ‘레드라인’을 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미 본토를 때릴 수 있는 신형 ICBM을 개발했더라도 올해 말까지 시험발사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북한은 ICBM 대신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명분삼아 신형 엔진을 단 위성용 로켓을 쏠 수도 있다. 위성 발사는 ICBM 발사에 비해 도발 수위를 낮춘 것이지만, 우주개발용과 탄도미사일용 로켓을 만드는 기술은 비슷하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연말 안에 성과를 내기 위해 미국에 양보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번 시험을 통해 지난달 13일 국무위원회 담화에서 거론한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다는 경고를 날린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이 비핵화 보상을 내놓지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성과인 핵·미사일 시험 중지 약속을 깰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 후 동창리 시험장 일부 시설을 해체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최근 이곳에서 대형 컨테이너와 차량 등의 움직임을 노출시키며 긴장 수위를 높여 왔다.

김경택 손재호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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