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프랑스 파리에서 마크롱 정부의 연금 개혁 정책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EPA연합뉴스

연금 제도를 가진 전 세계 각국의 공통점은 연금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구 고령화로 지급할 연금은 빠르게 증가하는데 비해 경기 침체와 저금리로 기금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각국은 연금 수급 연령을 높이고 지급액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혁을 추진하지만 국민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프랑스도 예외는 아니다. 연간 연금재정 적자가 100억 유로(약 13조원)를 웃도는 프랑스에서는 1990년대부터 반발을 무릅쓰고 연금 제도 개혁에 나섰다. 하지만 번번히 노조를 중심으로 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성공하지 못했다. 나아가 정권까지 흔들리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했다.

지난 1995년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연금 개편을 추진하다가 3주 넘게 대규모 시위가 지속되자 중단을 선언했다. 당시 알랭 쥐페 총리가 사태의 책임이 지고 물러났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재임중이던 2010년에도 연금 개혁에 맞서 대규모 반대 시위가 잇따랐다. 사르코지 정부는 진통 끝에 은퇴 연령을 60세에서 62세로 올렸지만 2012년 대선에서 대패했다.

취임 이후 노동시장 유연화, 공무원 감축, 교육제도 개편 등 전방위적 개혁을 추진해온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다음으로 연금 제도에 칼날을 들이댔다. 노동 개혁과 연동된 연금 개혁안은 직업군별로 존재하는 42개의 연금제도를 단일구조로 통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특히 공무원 대상 특혜사항을 포함한 다양한 산정기준을 폐지하고 모든 대상에게 부담금 납부액에 비례하는 연금액 산정방식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연금수령 최소 연령을 지금의 62세로 유지하되 64세를 기준으로 이전 퇴직시 연금액 삭감, 이후 퇴직시 연금액 증가 효과가 발생하는 포인트제를 실시한다. 현재 프랑스 평균 퇴직연령은 62.2세로 추정되며 2040년에는 64세로 연장될 전망이다.

지난 6일 파리 북쪽의 로이시 공항. 5일부터 시작된 운수 분야 파업으로 공항이 한산하다. EPA연합뉴스

마크롱 정부는 2020년 3월 지방선거 이후 연금 개혁에 대한 입법을 완료하고, 2025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연금 개혁의 민감성을 감안해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가 노사 대표와 개별 면담하는 것은 물론이고 마크롱 대통령도 국민 대토론회를 통해 국민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국민 여론은 좋지 않다. 정부의 연금 개혁안이 퇴직금 수령 연령을 높이면서 연금 실수령액을 줄이기 때문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6%가 연금 개혁의 필요성은 지지하지만 64%가 친기업적인 마크롱 정부의 연금개혁 방식에는 반대하는 것으로 나왔다. 지난 9월부터 개별 노조별로 이뤄진 연금 개혁안 반대 시위가 이어진 가운데 지난 5일 프랑스 주요 노조는 전국에서 80여만명이 참여한 대규모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날부터 철도, 버스, 항공 분야 노조가 파업을 시작하면서 프랑스 교통도 마비됐다. 프랑스 주요 노조는 오는 10일 다시 전국에서 대규모 시위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사태로 마크롱 대통령은 또 다시 리더십의 시험대에 올랐다. 그는 지난해에도 정부의 친시장 개혁정책에 항의하는 ‘노란 조끼’ 시위로 지지율이 25%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히지만 현재까지는 연금 개혁안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필리프 총리는 지난 6일 정부 성명을 통해 “결연하게 연금 개혁을 이행하되 가혹하지 않은 방식으로 점진적 변화를 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도 현재의 연금 제도를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또한 우리가 더 오래 일을 해야 한다는 것도 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에서 연금 개혁을 둘러싼 파장은 오는 11일 정부가 연금 개혁안 세부를 공개한 뒤 또다시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부에 연금 개혁안 수정을 요구해온 노조가 반발할 경우 파업과 대규모 시위가 계속될 전망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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