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홍콩 섬 거리를 가득 메운채 행진을 하고 있는 홍콩 시민들.YNA연합뉴스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6개월을 맞은 가운데 8일 홍콩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와 행진이 열렸다. 시민들은 홍콩 섬 거리를 가득 메운 채 ‘광복홍콩 시대혁명’ 등의 구호를 외쳤다.

홍콩 재야단체 연합 민간인권전선은 이날 오후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수많은 홍콩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유엔이 정한 세계인권의 날(10일) 기념 집회를 열었다. 이날은 지난 6월 9일 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지 6개월이 되는 날인데다 시위 현장에서 추락해 지난달 8일 숨진 홍콩과기대생 차우츠록 씨 사망 한 달이기도 하다.

시민들은 빅토리아 공원 집회를 마친뒤 오후 3시쯤부터 홍콩 최대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 홍콩정부청사가 있는 애드머럴티, 경찰본부가 있는 완차이 등을 지나 홍콩의 금융 중심가인 센트럴까지 행진을 시작했다.

시민들은 “5대 요구,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 “자유를 위해 싸우자. 홍콩과 함께”, “광복홍콩 시대혁명”, “폭력경찰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홍콩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은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미국 국기를 흔들며 행진하던 람(30·여)씨는 “민주진영이 구의원 선거에서 이겼지만 시위대는 계속 싸워야 한다”며 “우리의 메시지를 세계에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8일 홍콩 빅토리아공원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YNA연합뉴스

홍콩 경찰은 지난 7월 21일 시위 이후 폭력 사태가 우려된다며 민간인권전선 신청한 행진을 불허했으나, 4개월여 만에 집회와 행진을 허가했다. 경찰은 집회를 허가하면서도 주최 측에 시위 시작 및 종료시간, 경로를 지키고, 홍콩 깃발이나 중국 오성홍기를 모욕하지 말 것이며 공공질서 위협이 있으면 중지를 명령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홍콩 경찰은 지난 10월 20일 몽콩 경찰서에 화염병을 던져 수배된 시위대 11명을 체포하고 이들이 갖고 있던 총기 등을 이날 오전 압수했다고 밝혔다. 6개월간 진행된 홍콩 시위에서 시위대의 총기가 압수된 것은 처음이다.

경찰은 “이날 이른 아침에 11개 장소를 급습해 남자 8명과 여자 3명 등 20~63세 시위대 11명을 체포했다”며 “이 과정에서 반자동 권총과 탄창 3개, 탄알 105개, 칼, 최루 스프레이 등을 압수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된 권총과 관련, “시위대가 이날 집회와 행진에서 경찰관이나 시민에게 총격을 가하고 책임을 경찰에게 전가하려 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홍콩 경찰이 시위대로부터 압수한 권총.SCMP캡처

홍콩 경찰의 새 총수인 크리 탕은 전날 베이징에서 기자들과 만나 홍콩 경찰이 경미한 사건은 ‘인간적인’ 접근을 하겠지만, 더 폭력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단호한 조치를 할 것이라며 ‘강경책’과 ‘온건책’을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탕 홍콩 경무처장은 베이징 방문에서 중국의 사법·공안 계통을 총괄 지휘하는 중앙정법위원회 서기인 궈성쿤 정치국원과 장샤오밍 홍콩·마카오 판공실 주임, 자오커즈 공안부장을 만났다. 궈 서기는 “폭력과 혼란을 제압하고 사회질서를 회복하는 것이 현재 홍콩의 가장 긴박한 임무”라고 강조했다.

탕 처장은 이날 동틀 무렵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오성홍기 게양식도 지켜봤다. 그는 게양식 후 “이렇게 가까이서 처음 국기 게양식을 보니 매우 감격스럽다. 국기가 펄럭이는 것을 보니 국가의 강대함이 느껴진다”며 “시진핑 국가주석이 홍콩 경찰을 확고히 지지하는 데 감사하다”고 밝혔다.

한편 홍콩에 있는 미국 상공회의소 회장단이 전날 마카오 입국을 거부당하고 몇시간 동안 억류됐다가 되돌아갔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트(SCMP)가 보도했다.

홍콩 주재 미 상의는 성명에서 “로버트 그리브스 회장과 타라 조지프 사장이 마카오에서 열리는 마카오에서 열리는 연례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마카오를 찾았다가 입국을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미 상의는 “이들은 왜 입국이 지연되는지 아무 설명도 없이 몇시간 동안 억류됐다”며 “자발적으로 마카오에 들어가지 않기로 했다는 진술서에 서명하고 나서야 홍콩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홍콩인권법을 통과시킨 후 발생한 일이어서 중국이 예고한 대로 미국에 대한 보복 조치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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