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소재 삼성중공업 선박해양연구센터의 원격관제센터에서 자율운항 중인 모형선박 '이지 고'에 장착된 고성능 카메라를 통해 거제 조선소 주변 및 장애물을 확인하는 모습. 삼성중공업 제공

목적지를 입력하면 선박은 최적운항경로를 스스로 탐색한다. 가는 길에 장애물이 보이면 알아서 피해간다. 육지에 있는 관제센터에서는 관리자가 선박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주변 상황을 파악하고, 원격으로 선박을 제어한다.

이같은 모습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1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새해부터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가 강화될 예정인 가운데 국내 조선사들이 친환경 및 디지털 선박 기술을 검증하는 등 첨단선박기술 확보에 고삐를 죄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SK텔레콤과 함께 업계 최초로 대전과 거제를 초고속 5G 통신으로 잇는 자율운항선박 테스트 플랫폼 구축을 마쳤다. 더불어 실제 해상에서 모형 선박을 이용한 원격·자율운항 기술 검증에 성공했다.

대전 선박해양연구센터에 설치한 원격관제센터에서 거제조선소 바다 위에 떠있는 모형 선박까지의 거리는 약 250㎞. 원격관제센터에선 선박을 제어하며 IMO가 정한 해상충돌예방규칙(COLREGs)을 모두 만족하는 시험 운항을 완료했다. 선박이 최적운항경로를 탐색해 항해하면서 주변 장애물까지 피하는 자율운항 기술과 원거리에서 선박을 제어하는 원격운항 기술을 검증해보인 것이다.

시험에 투입된 LNG운반선 형상의 모형선 ‘이지 고(Easy Go)’는 삼성중공업이 독자 개발한 오토 파일럿과 관성 항법 시스템을 탑재한 길이 3.3m의 자율운항 선박이다. 이지 고는 광대역 초고속 통신이 가능하고 고성능 카메라와 라이다를 통해 주변을 정확히 식별할 수 있다. 또 클라우드기반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탑재된 배터리 전기추진기가 설치돼 세밀한 원격 제어 및 자율 운항이 가능하다.

자율운항모형선박 '이지 고'가 스스로 주변 장애물을 피해가며 목적지까지 나아가고 있는 모습. 삼성중공업 제공

대우조선해양은 글로벌 선급인 미국선급협회(ABS)와 선박 탈(脫)탄소화 및 디지털화를 위한 공동연구에 나섰다. 세계 5대 선급 중 하나인 ABS는 조선∙해양산업 관련 설계와 시공분야에서 안정성과 우수성에 대한 인증 및 감리 기관이다. 최근엔 첨단 기술과 디지털 솔루션을 활용해 전세계 탈탄소화 기술 개발에 동참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ABS의 협력은 온실가스 배출 절감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선박 탈탄소화 요구에 대한 방안 마련에 선도적으로 나섰다는 데 의미가 있다. IMO는 2030년까지 선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최소 40%로 줄여나간다는 방침이다. 때문에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2) 배출 절감에 대한 혁신적인 해결책이 해운 및 조선업계에 절실한 상황이다.

IMO 2020이 황산화물 배출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IMO 2030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절감이 핵심 추진 목표다. 대우조선해양은 이 개발과정을 통해 선박 디지털화에 따른 사이버 보안 문제까지 해결하면서 앞으로 10년을 이끌 기술 개발에 나선다는 것이다.

최동규 대우조선해양 전무는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화는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기술의 핵심”이라며 “이번 공동 협약은 ‘기술 DSME’의 입지를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며 앞으로도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변화하는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최동규(오른쪽) 대우조선해양 전무와 패트릭 라이언 ABS 글로벌 엔지니어링 부사장이 ‘탈탄소화 및 디지털 선박’ 공동 연구 협약을 맺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제공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국내 조선사들의 누적 수주량은 712만CGT(36%)로 중국(708만CGT, 35%)을 넘어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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