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A씨가 모텔로 출동한 대원 3명에게 실려 나오는 모습. A씨 유족 제공

모텔서 링거로 마취제를 투약해 살인한 이른바 ‘부천 링거 사망 사건’ 범인으로 의심받고 있는 피해자의 여자친구가 첫 재판에서 살인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재판은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임해지) 심리로 11일 열렸다.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전직 간호조무사이자 숨진 피해자의 여자친구 A씨(31) 측은 이날 “검찰의 공소 내용 중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만 인정하고 나머지 혐의는 모두 부인한다”고 말했다.

A씨 변호인은 “(피고인은) 피해자 B씨의 고민과 자살하자는 이야기에 동화돼 B씨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겠다는 생각에 동반 자살을 하려 했다”며 “살인은 결단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재판은 공판 준비기일이 아닌 정식 심리기일이다. 따라서 A씨도 직접 출석했다. 그는 염색한 짧은 머리에 연녹색 수의를 입고 등장해 재판 내내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등을 묻는 재판장의 인정신문에는 짧게 답했다.

이어 ‘(동반자살할 의도였다면 B씨에게) 프로포폴을 왜 투여했느냐’는 재판장 질문에 “조금 더 편안하게 할 의도였다”고 주장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21일 오전 11시30분쯤 경기도 부천시 한 모텔에서 B씨에게 링거로 마취제 등을 투약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또 프로포폴 등을 처방전 없이 투약하고, 2016년 8월 근무하던 병원이 폐업하자 의약품을 훔친 혐의도 있다.

사건 당시 B씨 오른쪽 팔에는 주삿바늘 자국 두 개가 있었고, 모텔 방 안에서도 여러 개의 빈 약물 병이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B씨가 마취제인 프로포폴, 리도카인과 소염진통제 디클로페낙을 치사량 이상으로 투약받은 것으로 보인다는 부검 결과를 내놨다. 사인은 디클로페낙으로 인한 심장마비다. 함께 있던 A씨도 약물을 투약한 것으로 밝혀졌으나 치료농도 이하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같은 점을 토대로 A씨에게 위계승낙살인죄 등을 적용해 불구속 입건한 뒤 검찰에 송치했다. 위계승낙살인죄란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처럼 속인 뒤 상대방 동의를 얻어 살해한 경우 적용된다. 그러나 검찰은 보강 수사 끝에 두 사람이 동시에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살인죄를 적용해 A씨를 재판에 넘겼다.

사건 이후 B씨 가족들은 A씨 의도적 살인임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B씨의 누나는 “A씨는 남동생을 죽이고도 1년 넘게 자유로운 상태에서 술을 마시고 여행을 갔고 이를 자랑하듯 페이스북에 올렸다”며 “초동 수사를 한 경찰 역시 사건 현장에 있던 여러 가지 약물을 보고도 동반자살 시도로 추정했다”고 호소했다.

또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서도 “동생이 지난해 12월 송년회를 잡았고 올 3월 친구와 사업을 계획했다. 4월에는 어머니의 환갑여행을 가기로 약속했다”며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기 위해 1년 넘게 일을 배웠고 숨지기 3일 전 관련 자격증까지 딴 상태”라고 했다. A씨의 진술과는 달리 B씨가 자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어 사건 당일 모텔 등에서 촬영된 CCTV 영상을 공개하며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영상에는 A씨가 모텔 주차장에 도착한 뒤 먼저 내려 약물이 있는 가방을 챙기는 모습이 담겼다. A씨가 투숙 이후 119에 7차례 전화했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사실과 112에 모텔과 호수를 적은 문자를 보낸 뒤 문을 열어놓은 사실도 밝혔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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