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법무법인 한누리 조계창 변호사가 아이폰 고객 6만여명을 대리해 애플 본사 및 애플코리아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소장을 제출하고 있다. 뉴시스

애플을 상대로 한 ‘아이폰 업데이트 고의 성능저하’ 손해배상 첫 소송 재판이 열린 12일 서울중앙지법 법정 복도에 200명 가까운 사람들이 줄지어 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이들은 이번 소송의 원고들로 법무법인 한누리에 소송 대리를 위임했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재판에 직접 출석한 것이다.

재판부는 법정이 좁아 원고들이 모두 들어오지 못하자 난색을 표하며 대리인 측에 법정 밖에서 원고 명단을 작성해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아이폰 사용자인 200명가량의 원고들은 복도에 줄지어 서서 1시간에 걸쳐 자신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명단에 적었다. 이후 재판부는 이 명단을 받아 일일이 원고들의 이름을 부르며 실제 출석 여부와 대리권을 위임한 것이 맞는지 확인했다. 일부 답이 없는 원고에 대해선 법정 경위들이 복도에서 다시 원고 이름을 외치며 찾는 장면도 연출됐다.

이번 재판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부장판사 조미옥)는 앞서 원고 측 소송대리인에게 보정 명령을 내렸다. 소송에 참여한 원고 6만여명으로부터 대리권을 위임받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법률 대리인이 원고 전원의 인감증명서를 받아 제출하라고 요청한 것이다.

한국은 집단소송제가 도입돼 있지 않기에 법적으로 피해 구제를 받고자 하는 당사자는 모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재판부는 이들 전체에 대한 소송 대리가 맞는지 입증하라고 요구했다.

대리인 측은 재판부 요청에 따라 원고들에게 인감증명서를 요구했으나 인감 등록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고 등록 절차도 번거로워 6만여명 중 약 6600명 밖에 인감증명서를 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리인 측은 인감증명서를 내달라고 공지하면서 법정 출석이 가능한 원고의 경우 직접 법원에 나와 소송 대리 위임을 입증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이날 법원 복도를 가득 메운 원고들은 이 방법으로 소송 대리권을 위임하기 위해 법정을 찾은 것이다.

결국 오전 10시10분 시작 예정이었던 재판은 원고 확인이 모두 끝난 11시45분쯤 시작됐다. 재판부는 심리에 앞서 “미리 피고 측과 협의하고 재판부에 의견을 줬으면 기일을 오후로 잡는 등 대비를 했을 것”이라며 “집단소송을 많이 해봤지만 이런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정작 심리는 단 20분만에 끝났다. 재판부는 원고가 피고에 대해 신청한 문서목록 제출명령과 관련, 그 범위를 한정해 다시 내달라고 요구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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