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SBS 제공)

‘진범 논란’을 빚어온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을 조사했던 경찰 수사관들이 당시 수사과정에서 가혹행위를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검찰에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옥살이를 한 윤모(52)씨는 강압적 수사에 의한 허위자백이었다며 재심을 청구한 상태다.

윤씨의 재심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다산과 수사당국 등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6부(전준철 부장검사)는 최근 이춘재 8차 사건 수사관이었던 장모 형사 등 3명을 불러 조사했다.

윤씨는 장 형사 등이 자신을 불법적으로 체포·감금하고 구타와 가혹행위를 저질렀다며 당시 수사기관의 직무상 범죄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소아마비인 자신에게 쪼그려뛰기를 시키거나 잠을 재우지 않은 채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조사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장 형사 등은 검찰 조사에서 윤씨를 못 자게 하는 등 가혹행위를 한 사실에 대해 일부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수사 당시 불법행위에 대해 인정하는 진술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경찰 조사에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를 믿고 확신을 가진 상태에서 수사한 터라 가혹행위를 할 필요도 없었다”고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폭행 의혹과 관련해서는 이미 사망한 최모 형사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최 형사는 장 형사와 함께 윤씨에 대해 여러 불법행위를 한 의혹을 받는 8차 사건 수사관이다.

다산은 변호인 의견서를 통해 “당시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1989년 7월 25일 밤 불법 체포된 윤씨는 범행을 계속 부인하다가 이튿날 새벽부터 약 1시간 동안 자백한 것으로 돼 있다”며 “조사 첫날부터 잠을 재우지 않은 사실은 수사기록·항소심 판결문 등을 통해 입증되고 있고, 윤씨는 일관되게 경찰들의 폭행 및 가혹행위를 주장해왔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장 형사 등의 진술, 과거 경찰 수사 기록, 윤씨 측의 재심청구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진실을 밝힐 계획이다. 검찰은 8차 사건에 대한 국과서 감정 과정에 조작이 있던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3의 인물 체모가 감정에 사용됐다는 의혹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국과수 조작 의혹에 대한 내용은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 관련 규정에 따라 구체적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다만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철저하고 신속하게 규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씨는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의 한 가정집에서 박모(당시 13세)양을 성폭행한 뒤 살해한 혐의로 검거돼 이듬해 10월 수원지법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에서도 형이 확정돼 20년을 복역한 뒤 2009년 가석방됐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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