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이배, ‘데이터 3법’ 반대하며 법사위원들에게 호소
국민 동의 없이 개인정보 기업에게 넘어갈 판…민주당이 밀어붙여
송기헌 “개인정보 어디까지 보호하느냐는 정치적 합의의 문제”

“지금 법률상 명확한 해석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법안이 통과가 되면 국민들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개인정보는 한번 유출되면 되돌릴 수가 없습니다. 기업들이 그것을 계속 제3자에게 팔고 또 팔고하며 끝없이 확산되기 때문에 우리가 더 신중해야 되는데 날짜에 쫓겨서… 진짜 저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님들에게 한마디만 묻고 싶습니다. 박용만 회장이 한마디 해서 그러신 겁니까? 그분이 5000만 국민의 대표입니까? ‘데이터 3법’ 통과 안 시켜 주면 우리나라 산업이 망하고 국가 경제가 몰락한다는 그 한마디 한 것 때문에 지금 민주당 의원님들 이러시는 겁니까?”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이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2019.10.17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동료 의원들에게 호소했다. 채 의원은 소위 ‘데이터 3법’에 속하는 ‘개인정보 보호법 일부 개정안’에 대한 대체토론에서 좀 더 신중하게 법안을 심사해야 한다고 강력 주장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국민들은 자신들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막을 수 없게 된다. 개인을 특정할 수 없도록 ‘가명처리’한 정보를 동의 없이 데이터 분석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데이터 3법의 핵심이다.

기업들은 데이터 3법이 이번에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달 2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데이터 3법이 통과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우리가 4차 산업을 이야기할 수 있나. 정말 아득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 중국, 일본은 벌써 이미 일찍 규제를 풀어 저만큼 앞서가고 있는데 우리는 그 산업의 아주 기본 첫 단추조차 끼우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당시 법사위 회의에서 “개인정보를 어디까지 보호하느냐는 것은 정치적인 합의의 문제이자 판단의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시민 단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개인정보 데이터가 기업에 넘어가면 기업이 건강정보를 공짜로 알려주겠느냐”며 “앱을 활용한다거나 병원에서 사용할 때 쓸 돈이 있어야 한다. 결국 기업은 돈 벌려고 건강 정보를 가져가는 거지, 내게 이익을 돌려주려고 가져가는 게 아니다”고 비판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가명정보를 기업에게 제공하는 부분에 대해 국민적 합의가 없었다”며 “유럽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 연구 목적으로만 가명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했는데 데이터 3법에는 이 같은 조항도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명처리’를 한 정보라도 다른 정보와 결합되면 충분히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가 될 수 있다는 게 시민단체들의 우려다.

국민 80%가 이 법안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무상의료운동본부, 민주노총,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서든포스트-(주)포스트데이터에 의뢰해 지난달 10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를 했다. 그 결과 ‘가명정보를 동의 없이 다른 기업에 제공하는 것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80.3%가 반대했다. 찬성은 16.2%였다. ‘포털, 통신, 보험 등 기업들이 개인정보를 잘 보호하고 있다는데 신뢰한다’는 응답은 35.5%에 불과했다. 또 국민 81.9%는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 추진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법사위에서 이 법안들을 막아 세운 것은 채 의원이다. 그는 “법안이 심도있게 논의될 수 있도록 법사위 2소위에 보내 데이터 3법을 함께 심사해야 한다”며 “원내대표간 합의 사항이라고 하지만 급하게 법률을 처리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자유한국당,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법안을 바로 통과시키자고 종용했으나 채 의원은 물러나지 않았다. 결국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다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법안 상정여부를 정하자고 했다.

현재 개인정보 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 데이터 3법은 모두 법사위에 올라온 상태다. 채 의원은 지난달 법사위에서 “허점을 법사위에서 잡아 제대로 심사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에게 어마어마한 큰 피해를 줄 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빅데이터의 활용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정보 보호 장치를 법안에 더욱 명확히 명시해야 한다는 게 채 의원의 입장이다. 다만 여야 원내대표들이 원칙적으로 법안 처리에 동의한 상황이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합의해 법안이 심사 없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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