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일선 검찰청에 인사검증 자료 제출 동의 요구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사건 등 민감 사건 지휘부 교체 가능성
“무리하게 교체했다가 ‘역풍’ 불 것”

법무부가 인사검증 자료 제출에 동의해달라는 이메일을 일선 검찰청에 발송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정식 임명되는 내년 1월쯤 검찰 간부 인사를 하겠다는 ‘신호’다. 검찰 내부에서는 인사 이동을 통해 정부 핵심을 겨냥한 수사에 영향을 주려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차기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 앞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19.12.5 toadboy@yna.co.kr/2019-12-05 14:37:43/

법무부는 최근 이성윤 검찰국장 명의로 일선 검찰청에 검사장·차장검사·부장검사 등 간부 후보군에 대한 검증 계획 등을 설명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인사검증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한다. 검사장·차장검사 승진 대상자는 사법연수원 28~30기다. 부장검사 대상자는 사법연수원 24기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통상적으로 인사와 관련해 검증 기초 자료를 제출받는 차원”이라며 “인사의 시기, 대상, 범위 등은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 내부의 시각은 다르다. 추 후보자가 국회 인사 청문회를 거쳐 이르면 다음달 초 임명되자마자 간부 인사에 나설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인사 검증 작업은 이를 위한 ‘정지작업’이라는 게 내부 시각이다. 특히 추 후보자는 지난 12일 법무부 간부들로부터 첫 업무 보고를 받았다. 이때 인사 계획에 대한 논의가 오갔을 가능성이 있다. 업무 보고 직후 법무부는 일선 검찰청에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인사 검증 작업과 관련해 추 후보자의 지시는 없었고 있을 수도 없다”고 해명했다. 다만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인사검증 동의를 받는 것은 검찰국장이 독단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청와대와 여당, 추 후보자의 공감대가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내년 초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한다면 그 명분은 현재 검사장급 이상 6자리가 공석이라는 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전·대구·광주 고검장과 부산·수원 고검 차장,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자리가 비어있다. 다만 검찰 인사가 단순히 빈자리를 메꾸는 식으로 이뤄지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많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추 후보자가 인사를 단행한다면 그 가장 큰 목적은 청와대를 겨냥한 수사의 힘을 빼는 것”이라며 “배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인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검찰 내부에서는 청와대 등 정부 핵심 인사에 대한 수사를 지휘하는 간부들을 승진시키거나 전보시키는 방식으로 교체할 거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청와대 민정비서관 시절인 지난해 11월 20일 청와대 본관에서 조국 민정수석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 2019.11.28. 뉴시스

정부가 검사장급 인사를 통해 수사 지휘부를 ‘물갈이’할 수는 있지만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사건,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사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등 주요 수사를 직접 담당하는 차장검사, 부장검사를 교체할 수는 없다. 이번 정부에서 만든 ‘검찰 인사 규정’에 따르면 지방검찰청의 차장검사와 부장검사의 임기는 1년이다. 기구 개편이나 직제 변경이 없다면 임기를 보장하는 게 원칙이다. 이들의 임기는 대부분 내년 8월까지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관련 수사를 지휘하는 대검 간부, 수사팀의 차장, 부장검사를 무리하게 교체했다가는 여권이 감당하기 힘든 ‘역풍’이 불수도 있다”며 “교체된 검사들도 수사를 절대 대충하지 않을 것이어서 오히려 여권이 잃는 게 더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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