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살려! 저 불난 집 안에 아직 못 나온 사람이 있어요”

고르기 라미네 소우가 불길에서 알렉스 카우델리 웹스터를 구조하는 장면. Roberta Etter 페이스북 캡처

지난 6일(현지시간) 스페인의 해안 도시 데니아의 거리에서 좌판을 깔고 액세서리를 팔던 고르기 라미네 소우(20)는 사람들의 비명소리를 들었습니다. 소리를 쫓아간 소우는 깜짝 놀랐습니다. 2층짜리 건물이 불에 활활 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화염에 휩싸인 2층에 사람이 있다고 전해 들은 소우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건물을 기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소우는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건물에서 알렉스 카우델리 웹스터(39)를 자신의 어깨 위로 들어 올린 채 이웃들이 가져다 놓은 사다리로 빠져나왔습니다.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던 알렉스는 불이 났을 당시 꼼짝없이 집에 갇혀있었는데요.

Roberta Etter 페이스북 캡처

현장에 있던 이웃은 “소우가 알렉스를 제때 구하지 않았다면 그는 생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알렉스 역시 “그가 내 목숨을 구했다. 벽을 타고 올라와 불이 붙은 블라인드를 부수고 나를 꺼냈다”며 소우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칭찬받아 마땅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소우는 알렉스를 구조한 직후 곧바로 자취를 감췄습니다. 알고 보니 그는 2년 전 아프리카 세네갈에서 건너온 뒤 체류증 없이 스페인에 머물고 있는 불법체류자였습니다. 더욱이 그는 여자친구와의 사이에서 생후 7개월 딸을 두고 있던 터라 불법체류자 신분이 탄로 날까 두려웠다고 합니다.

고르기 라미네 소우(왼쪽)와 소우가 불길에서 구조해낸 알렉스 카우델리 웹스터. 스페인 현지 언론 엘 파이스 캡처

사람들은 불난 집에 용기 있게 뛰어들어 사람을 구하고 홀연히 사라진 청년의 정체를 궁금해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현지 기자가 수소문 끝에 소우를 찾아냈습니다. 이내 스페인 전역에 소우의 일화가 퍼지게 됐습니다. 기자가 소우에게 정체가 탄로날 수 있었던 상황에서도 목숨을 걸고 구조에 나선 이유를 묻자 그가 내놓은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화재가 발생한 건물 안에) 사람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난 그저 사람을 도왔을 뿐입니다”

이어 그는 “경찰이 나를 봤다면 노점 물건을 압수했을 것이고 당장 내일 먹을 음식도 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자취를 감춘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습니다. 그의 여자친구 가나 가디아는 사람들이 소우를 영웅이라 부르는 것에 대해 “영웅인지는 모르겠지만 참 좋은 사람”이라며 쑥스러워했다고 합니다.

고르기 라미네 소우(왼쪽)와 그의 여자친구. Roberta Etter 페이스북 캡처

사연을 전해 들은 지역 당국은 중앙정부에 소우의 스페인 영주권과 취업 서류를 요청했습니다. 소우의 영주권 발급을 허가해달라는 청원에도 벌써 5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의했다고 하는데요. 소우는 영주권이 인정되면 트럭 운전사가 되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거리에서 액세서리를 팔던 소우가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불길에 뛰어든 것처럼, 어쩌면 영웅은 우리 가까이에 있는 게 아닐까요.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소설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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