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 의심 남성’ 귀가시킨 경찰의 해명 “CCTV 확인 못해”


대전에서 초등학생 납치 의심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만취한 남성을 붙잡았지만 2시간도 채 되지 귀가조치한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경찰은 범행 장면이 찍힌 CCTV를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네티즌들은 초동수사가 허술하다며 공분하고 있다.

대전지방경찰청과 피해 초등학생 가족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4시 10분쯤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술에 취한 남성 A씨가 이 초등학교 4학년 B양의 손목을 붙잡고 잡아당겼다.

B양은 다른 학부모의 도움으로 인근 분식점으로 피해 보호를 받게 됐고 그사이 경찰이 출동해 A씨를 붙잡았다. A씨가 B양의 팔을 잡아당기는 듯한 모습은 인근 마트 CCTV와 차량 블랙박스에 모두 담겼다.

B양의 가족은 “A씨가 B양의 손목을 잡아당기면서 자기 집으로 가자고 했더라”며 “도움을 주며 보호해주셨던 분들도 다 들었다고 하더라. 데리고 갔을 때 무슨 짓을 했을지 누가 아냐”고 토로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를 지구대로 임의동행한 뒤 2시간도 채 되지 않아 풀어줬다. A씨의 신원이 확실하고 아이스크림을 사주려고 한 것뿐이라는 진술로 범행을 부인했다는 이유다.

B양의 가족은 “범행 장면이 찍힌 CCTV를 확인하고 경찰에 알렸지만 경찰은 방범용 CCTV를 보고 확인하겠다고 했다”며 범행 장면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인근 블랙박스와 CCTV를 확인했지만, 범행 장면이 찍힌 영상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나흘 뒤에야 해당 CCTV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YTN에 “CCTV를 경찰관들이 확인하지 못한 잘못은 있지만 아이 보호랑 피의자 검거에 대해 직원들이 관심을 갖고 하다 보니까…”라고 해명했다. A씨가 B양을 납치 의도가 있었는지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는 만큼 혐의를 단정 짓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게 경찰의 주장이다.

하지만 B양의 가족은 “B양이 꿈에 A씨가 나와 자고 싶지 않다며 며칠째 잠도 못 자고 학교 근처는 무서워서 가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제2의 조두순이 나올 뻔했는데 경찰의 해명이 황당하다” “술 취한 상태에서 아이스크림 사주겠다고 강제로 끌고 간 것 자체가 문제인데 풀어주다니 제정신이냐?” “대한민국 경찰은 CCTV와 블랙박스 영상 피해자가 다 찾아다 줘도 안 보냐”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경찰은 A씨를 미성년자 유인 혐의로 입건하고 납치 고의성 여부에 따라 추가 혐의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또 피해 초등학생에 대한 심리치료 등 피해자 지원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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