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는 善, 검경은 惡’…극단 이분법 아래 ‘초헌법 기관’ 탄생하나

공수처 최종안에 담긴 ‘범죄 인지시 즉시 보고’ 조항, 논란 격화...법조계 경악
한국당 “청와대 뜻에 따라 선택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최악의 독소조항”
4+1 “검경, 나쁜 의도를 갖고 사건을 암장하려 한다면 공수처 방지 권한 없어”
검찰 “공수처는 선(善), 검경은 악(惡)이라는 이분법…공수처는 누가 견제하나”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무제한 토론을 하는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항의를 하고 있다. 2019.12.25. 뉴시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고위공직자 관련 비위를 인지한 수사기관은 이를 모두 공수처에 보고해야 하며 공수처는 이를 어떻게 수사할지 결정할 수 있게 만든 법안 내용 때문이다. 공수처는 이 독소 조항을 토대로 전국의 고위공직자 수사를 독점하고 이에 대한 처분을 사실상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 헌법에도 언급되지 않는 신생 기관에 검찰·경찰 등 기존 수사기관을 지휘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것이다.

여야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는 최근 공수처 법안 내용에 합의한 뒤 최종안을 만들었다. 최종안에는 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원안에 없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4+1 협의체 논의 과정에서 갑자기 생겨난 것이다. 이들 조항 중 24조 2항과 4항에 대해 법조계와 정치권은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24조 2항은 “다른 수사 기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 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수사처에 통보해야 한다”이며 4항은 “2항에 따라 고위공직자범죄 사실의 통보를 받은 처장은 통보를 한 다른 수사 기관의 장에게 수사처 규칙으로 정한 기간과 방법으로 수사 개시 여부를 회신해야 한다”이다. 공수처는 범죄 정보를 다른 기관으로부터 보고 받은 뒤 이를 수사할지 말지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 권성동·이철규·송언석 의원은 25일 이 조항을 강력 비판했다. 이들은 국회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공수처가 모든 수사기관의 최정점에서 고위공직자 수사의 단서가 될 만한 모든 정보를 취합할 수 있게 됐다”며 “대통령과 청와대의 뜻에 따라 선택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최악의 독소조항”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공수처 검사의 자격요건을 ‘10년 이상의 재판·수사·조사업무 경력’에서 ‘5년 이상’으로 완화한 데 대해서도 “‘조사 업무’를 끼워 넣어 특정 성향을 가진 변호사를 대거 공수처 검사로 임명해 ‘민변 검찰화’ 하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도 해당 조항에 대해 “경악스럽다”는 반응이다. 헌법에도 언급되지 않는 공수처가 검찰, 경찰 등 각 수사 기관의 범죄 정보를 보고받고 수사 착수 여부를 결정해 하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검경은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를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 압수수색 등 수사 개시를 위해서는 범죄를 인지해야 하는데, 그때 공수처에 보고하고 수사를 할 수 있는지 없는지 확인 받아야 한다. 공수처가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를 독점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공수처 수사를 검경이 견제하기도 어려워진다. 한 변호사는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수사에 한해 검경을 지휘하는 등 상위에 있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변호사는 “공수처가 모든 사정기관의 수사 개시를 판단할 권한을 갖게 되는 것”이라며 “헌법에 한 단어도 없는 공수처가 무소불위의 권한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독소조항을 일부 정당이 밀실에서 신설해 패스트트랙 원안과 내용이 달라졌다”며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법안이 아닌 것을 상정하는 것은 불법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오른쪽) 사무총장과 박주민 최고위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거법과 공수처법 4+1 협의체 합의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검찰도 강력 반발했다. 검찰은 자체 인지한 고위공직자 수사 기밀을 전부 공수처에 전달한 뒤 수사 개시 여부에 대한 ‘허가’를 받아야 한다. 공수처가 검찰 수사를 장악하는 셈이다. 공수처가 검찰 첩보 사건을 가져간 뒤 수사하지 않더라도 이를 검찰이 견제할 수 있는 조항도 없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여권과 친밀한 인사가 공수처장이 된다면 해당 조항 때문에 고위공직자에 대한 검찰 수사는 불가능해 질 수 있다”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수사,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수사는 원천적으로 차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문무일 전 검찰총장 이후 중립성 확보를 위해 법무부에도 수사 보고를 하지 않았다”며 “타 기관인 공수처에 보고하고 허가 받는 식으로는 검찰이 부패 수사를 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4+1 협의체는 한국당과 법조계 지적에 대해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해명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검찰·경찰과 달리 전국적인 인적·물적 조직망을 갖추지 않은 공수처가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는 고위공직자 범죄 혐의 파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검경이 나쁜 의도를 갖고 사건을 왜곡·암장하려 한다면 공수처가 이를 방지할 권한이 없게 된다”고 말했다. 여영국 정의당 의원은 “한국당이 하면 선의고 그렇지 않으면 악으로 규정하는 극단적 이분법 논리가 작용하는 것 아닌가”라며 “국민적 개혁 열망에 더는 왜곡하거나 색깔을 덧씌우지 말기를 진심으로 부탁한다”고 말했다.

4+1 협의체의 해명에도 반발 기류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경은 악(惡)이고 공수처는 선(善)이라는 것인데 그것도 극단적 이분법 논리 아닌가”라며 “초헌법기관이 된 공수처는 누가 견제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공수처는 규모가 작아서 고위공직자에 대한 언론의 의혹 제기나 고소·고발 사건 수사하기도 벅찰 것”이라며 “왜 전국 모든 사정기관의 첩보 보고를 다 받고 사건 개시를 통제하려 하는지 모르겠다. 저의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이날 기자단에 “공수처는 검사 25명과 수사관 40명으로 구성돼 고위공직자에 대해 수사를 하는 단일한 반부패기구일 뿐, 전국 단위 검찰‧경찰 고위공직자 수사 컨트롤타워나 상급기관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검경 수사 착수 단계부터 (공수처가) 그 내용을 통보받는 것은 정부조직체계 원리에 반한다”며 “공수처가 검경의 수사 착수 내용을 통보받아야 할 이유도 없고, 공수처‧검찰‧경찰은 각자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각각의 역할을 수행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대검 관계자는 “압수수색 전 단계인 수사착수부터 검경이 공수처에 사전보고하면 과잉수사를 하거나 뭉개기 부실수사를 할 수 있다”며 “검찰은 법무부‧청와대에도 수사 착수를 사전 보고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시간 내사를 거쳐 수사 착수하면서 공수처에 통보하게 되면 대통령과 여당이 공수처장 내지 검사를 임명할 수 있는 현재 법안 구조에서 수사의 중립성을 훼손하거나 수사기밀을 누설할 수 있는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대검 관계자는 또 “현재 공수처 최종안은 패스트트랙안의 중대한 내용을 변경하는 수정안으로 수정의 한계를 넘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법개혁특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던 조항이 4+1 협의 과정에서 갑자기 포함됐다”며 “이러한 과정은 중대성을 고려할 때 통상의 법안 개정 절차와 비교해보더라도 절차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공수처 검사를 선임하는 공수처 인사위원회가 편파적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인사위는 공수처 검사의 임용, 전보, 그밖의 인사 중요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인데, 위원장 1명을 포함해 7명이다. 인사위원장인 공수처장을 중심으로 차장, 처장이 위촉한 1인, 여당 추천 2인, 야당 추천 2인으로 구성된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수처장과 처장이 임명하는 차장, 처장이 결정하는 1인, 여당 추천인사 2인이라면 범여권 인사 5명이 인사위에 포진될 가능성이 있다. 인사위 의결은 과반수 찬성으로 이뤄진다. 범여권 5명이 의결을 강행할 수 있는 구조다. 한 야당 관계자는 “처장으로 친여권 인사가 결정되면 공수처 검사 인사 또한 여권이 장악하게 된다”며 “결국 공수처가 ‘정권보위처’로 끝나버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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