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아시아계 최초로 뮤지컬-코미디 영화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아콰피나. AFP연합뉴스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는 기록을 세웠다. 한국에서는 ‘기생충’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면서 주목받지 못했지만 이번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한국계 여배우가 아시아계 최초로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그 주인공은 래퍼로도 활동하는 배우 아콰피나(30·본명 노라 럼)이다.

아콰피나는 5일(현지시간) 미국 LA 비버리힐스 호텔에서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더 페어웰’로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는 ‘어디갔어 버나뎃’ 케이트 블란쳇, ‘나이브스 아웃’ 아나 드 아르마스, ‘북 스마트’ 비니 펠트스타인, ‘레이트 나이트’ 엠마 톰슨 등 쟁쟁한 후보들을 눌렀다. CNN 방송 등 미국 주요 매체들도 “아콰피나가 골든글로브의 역사를 만들었다”고 앞다퉈 보도했다. 지난해에는 한국계 여배우 산드라 오가 골든글로브 TV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다.

중국계 룰루 왕 감독의 ‘더 페어웰’은 불치병에 걸린 할머니를 위해 가족들이 가짜 결혼식을 빌려 한자리에 모이는 과정을 그린 가족드라마다. 아콰피나는 주인공인 뉴요커 작가 빌리 역을 맡았다. 아콰피나는 이날 “일생의 기회를 준 룰루 왕 감독에게 감사하다.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며 “아버지와 나를 길러주신 할머니, 그리고 하늘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을 어머니께 감사드린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아콰피나는 4살 때 어머니가 타계하면서 할머니의 품에서 자란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에서 중국계 아버지와 이민온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콰피나는 현 재 할리우드에서 인기있는 아시아계 배우 가운데 한 명이다. 하지만 배우로 각광받기까지 독특한 이력을 거쳤다. 뉴욕 올버니 대학에서 언론학과 여성학을 전공한 그는 언론사를 전전하다 출판사에 취직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아마추어 래퍼로도 활동하던 그는 2012년 ‘My Vag’이라는 랩을 유튜브에 발표하며 이름을 알렸다. 원래는 남자 래퍼 미키 아발론의 마초적인 랩 ‘My Dick’에 대한 답가로 만들어 친구들 사이에서만 공유했다. 하지만 랩의 내용이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출판사에서 해고를 당한 뒤 유튜브에 곡을 업로드했는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는 래퍼로 본격 활동하는 동시에 몇몇 단편영화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했다. 2018년 개봉한 대형 스튜디오 영화 ‘오션스8’과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그를 독특하고 유쾌한 캐릭터로 자리매김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오션스8’을 연출한 게리 로스 감독이 코미디 쇼에서 아콰피나를 보고 오디션도 없이 캐스팅 한 것은 유명하다. 2019년 ‘주만지: 넥스트 레벨’에 이어 ‘더 페어웰’로 높은 평가를 받은 그는 차기작도 화려하다. 디즈니 실사 영화 ‘인어공주’에 갈매기 스커틀 역으로 일찌감치 캐스팅 됐으며, 마블 최초 아시아인 위주 히어로물 ‘샹치 앤 더 레전드 오브 더 텐 링스’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예명인 아콰피나(Awkwafina)는 그가 고등학생 때 생수 상표(아쿠아피나)에서 따서 지은 것으로 ‘멋있는 어색함’의 의미를 담았다고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예명 후보 중에는 ‘김치찌개(Kimchi ji-gay)’도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