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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화상 입은 코알라·불에 탄 캥거루… 호주 야생동물 구출작전

지난해 12월22일 페트병에 담긴 몰을 마시는 코알라. AP/연합뉴스

지난해 9월부터 이어진 호주 산불에 서울시의 100배 면적인 600만㏊(6만㎢)가 불에 탔다. 전문가들은 야생동물이 서식하는 산이 타들어가면서 동물 5억마리 이상이 폐사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코알라의 경우 전체 개체 수의 30%에 달하는 8000마리가 죽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불타는 산에서 화상 입고 갈 길을 잃은 코알라와 캥거루의 모습도 잇따라 포착됐다. 소방관들은 지난해 12월22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애들레이드 인근 커들리 크릭에서 대피에 실패한 코알라 한 마리를 발견했다. 소방관들은 작은 페트병에 담긴 물을 코알라 입에 갖다 댔고, 이 코알라는 물을 마시며 평온해진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두 발로는 이미 다 미신 듯한 또 다른 물병을 쥐고 있었다.

지난 5일 캥거루섬에서 구조된 코알라. AP/연합뉴스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캥거루섬에서도 야생동물 피해는 이어졌다. 캥거루섬에는 21개의 자연 보존 지역과 국립공원이 있다. 캥거루, 왈라비, 주머니쥐, 바늘두더지, 코알라 등이 이곳에 대거 서식한다. 캥거루섬 야생공원 측은 지난 5일 캥거루섬에서 구조된 코알라 한 마리 사진을 공개했다. 이 코알라는 머리와 가슴팍에 화상을 입어 털이 검게 그을려 있었고, 힘겨운 듯 눈을 뜨지 못하고 있었다. 캥거루섬 야생공원을 운영하는 샘 미첼은 “코알라 개체 수의 50% 이상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오스트레일리아 국방부가 공개한 사진. 군수의관이 코알라를 치료해주고 있다. AFP/연합뉴스

캥거루섬 야생공원에서는 피해 입은 야생동물들을 치료하고 수술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국방부가 지난 7일 촬영한 사진에서는 군수의사들이 화상을 입은 코알라들을 치료해주는 모습이 담겼다.

구조대원이 지난 7일 코알라를 구조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7일 한 구조 대원이 연기로 가득한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의 애들레이드 숲속에서 코알라 한 마리를 품에 안고 걸어 나오는 사진도 공개됐다. 사진 속에서 코알라는 연기를 마셔 힘들어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두 10대 소년이 지난 2일 캥거루섬에서 코알라들을 구출했다. SNS 캡처

코알라들의 피해가 극심해지자 시민들이 직접 나서기도 했다. 미국 ABC뉴스는 지난 2일 두 10대 소년이 캥거루섬에서 발이 묶인 코알라들을 직접 구조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두 소년은 삼촌이 보유한 토지가 불에 타 이를 확인하러 가던 중 갈 길을 잃은 코알라들을 발견했다. 이들은 약 20마리의 코알라를 구해 자신들이 몰고 온 차량 안에 태웠다. 소년들이 찍은 영상에는 코알라들이 차 안에 여러 자세로 앉아 이곳저곳에 모여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소년들은 언론에 “구조한 코알라의 60%가 화상을 입었으며, 20%는 부상으로 구조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며 “코알라들이 다시 야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성껏 보살피겠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20일 구조돼 자택으로 옮겨진 코알라들. AP/연합뉴스

구조 대원들이 코알라들을 구출하기 위해 급하게 인근 주민에게 부탁하는 경우도 있었다. 소방관들은 지난해 12월20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커들리 크릭 산불 피해로 근처에 있던 코알라들 10여마리를 인근 자택에 양해를 구해 이동시키기도 했다. 이 코알라들은 불길에서 구조돼 집 안으로 옮겨져 안전하게 보호받았다.

호주 생태학자들은 코알라들이 움직이기를 싫어하고 느린 습성을 갖고 있어 산불에 취약했다고 전했다. 게다가 코알라들의 주식인 유칼리툽스 나뭇잎에선 가연성 오일이 분비된다. 데이비드 보먼 태즈메이니아 대학 화재연구센터장은 “유칼립투스 나무에 불이 붙으면 나무가 폭발하기도 하는데, 코알라들은 불길이 붙어도 나무 위로 올라갈 뿐 재빨리 자리를 피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호주 생태학자들과 동물보호단체들은 이번 화재로 코알라가 ‘기능상 멸종’ 상태가 됐다고 보고 있다. 기능상 멸종은 인간의 도움 없이는 혼자서 먹이를 찾을 수도, 자연 속에서 번식하며 생존할 수도 없는 상태를 뜻한다.

켈리 슬레이터 인스타그램

호주의 상징인 캥거루들이 산불에 고통받는 사진도 대거 공개됐다. 미국의 서핑 선수 켈리 슬레이터는 지난 5일 인스타그램에 호주 산불로 희생된 어린 캥거루 사체 사진을 올렸다. 어린 캥거루가 철조망에 막혀 달아나지 못한 채 불에 타 사망한 모습이었다. 슬레이터는 “이 사진이 호주 산불에 대한 두려움을 요약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적었다. 이어 “내 어머니는 소방관이었지만 내가 가장 무서워했던 것 중 하나는 화재였다”며 “이번 재난을 통해 중요한 교훈을 배울 수 있길 바란다. 사람과 동물이 모주 안전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불길을 피해 뛰어가는 캥거루. AP/연합뉴스

불에 탄 숲에 서있는 캥거루 모습. EPA/연합뉴스

캥거루 두 마리가 지난해 12월21일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 불에 타는 건물들을 피해 뛰면서 대피하는 모습도 공개됐다. 다음 날인 22일 이미 불에 탄 숲에서 가만히 서있는 캥거루 한 마리도 포착됐다.

캥거르 한 마리가 지난해 12월30일 구조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12월30일엔 캥거루 한 마리가 다리에 화상을 입은 채 사람의 품에 안겨있는 사진도 공개됐다. 캥거루의 양쪽 다리 모두 화상을 입어 붕대로 감겨있었다.

구조된 주머니쥐. 로이터/연합뉴스

코알라나 캥거루 외 다른 동물들도 여럿 구조됐다. 구조대는 지난해 12월29일 뉴사우스웨일주 블루 산맥에서 화상을 입은 주머니쥐를 발견해 구조했다. 이 주머니쥐는 몸 전체에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

시드니대 연구진은 산불이 동식물의 미래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밝혔다. 연구진 측은 “잘 알려진 종들만 위험에 처한 게 아니다. 곤충들도 불에 매우 민감하다”며 “우리 생태계의 수분이나 영양분 순환은 이 곤충들에 많은 부분 의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산불로 연기에 뒤덮인 호주 남동부 해안 모습. AP-NASA/연합뉴스

5개월째 호주 남동부 해안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산불로 현재까지 26명이 숨지고 20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호주 보험당국은 산불 피해 청구액이 현재까지 7억 호주달러(약 565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지난 7일 추산했다. 피해 청구 건수는 9000건에 이른다. 산불 피해가 심한 뉴사우스웨일주 산불방재청은 주택 최소 1588채가 파괴됐고 653채가 일부 파손한 것으로 집계했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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