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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주의자 호주 총리 “기후변화가 산불재난 초래” 최초 인정

비판 여론에 “대응 미숙했다” 책임 인정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2일(현지시간) 남동부 지역의 산불 사태와 관련한 기자회견 도중 고개를 숙이고 있다. EPA 연합뉴스

사상 최악의 산불 사태가 전 국토를 휩쓸고 있는 상황에서 부적절한 처신으로 구설에 올랐던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12일(현지시간) 정부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모리슨 총리는 호주 ABC TV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산불 초기 단계에서 충분히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훨씬 더 나은 방식으로 다룰 수 있었던 부분들이 있었다”며 책임을 인정했다. 호주에서는 지난해 9월 시작된 산불이 석달 넘게 이어지며 총 28명이 숨지고, 서울 면적의 166배가 넘는 넓이의 국토가 불탔다. 야생동물 5억여 마리가 희생됐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모리슨 총리는 특히 이번 사태와 기후변화의 연관성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그는 “우리는 점점 더 길어지고, 더 더워지며, 더 건조해지는 여름 속에 살고 있다”며 “이는 분명히 좀더 광범위한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호주의 국가 경제와 사회적 이익 사이에서 균형 잡힌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지구 온난화가 치명적 산불 사태의 주 원인으로 지목받는 상황에서 자국 석탄산업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며 기후변화 관련 대응에 소극적 태도를 취했던 모리슨 총리의 기존 입장과는 큰 차이가 있는 발언이다. 그는 최근까지도 “호주 사회는 과거부터 비슷한 재해를 겪어왔다”며 산불과 기후변화의 연관관계를 부정해 논란이 됐다.

모리슨 총리의 입장 변화는 거세지는 비판 여론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연말 섭씨 45도 안팎으로 치솟은 이상 고온 현상에 산불이 호주 전역으로 확산됐지만 모리슨 총리는 하와이로 가족 휴가를 떠나고, 새해맞이 불꽃놀이를 강행해 국민적 공분을 샀다. 수만 명의 호주 시민들은 지난 10일 시드니, 멜버른, 캔버라 등 호주 주요 도시에서 기후변화 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호주 산불 사태는 11일을 기점으로 다수 지역에서 소강 상태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호주 당국은 기온이 높고 건조한 날씨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여 아직 안심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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