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생활형 검사’를 자처해온 ‘검사내전’의 저자 김웅 법무연수원 교수가 14일 검찰 내부망에 사직인사를 올리고 검찰을 떠났다.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법무부가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대폭 축소키로 발표한 다음날이다. 그는 사직인사 글을 통해 “국민에게는 검찰 개혁이라 속이고, 결국 도착한 곳은 중국 공안이자 경찰공화국”이라고 작금의 검찰을 둘러싼 상황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이 거대한 사기극에 항의하기 위해 사직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사직 설명서’라는 제목의 글을 검찰 내부망에 올렸다. 그는 “우리에게 수사권 조정은 ‘아미스타드호’와 같다”는 비유로 글을 시작했다. 노예로 팔려가던 아프리카인들이 1839년 선상반란을 일으켰지만, 범선을 운항할 줄 몰랐다. 백인에게 키를 맡겼더니 도착한 곳은 노예제가 남은 미국이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결국 도착한 곳은 중국 공안이자 검찰공화국”이라며 “철저히 소외된 것은 국민”이라고 했다.

그는 “검찰 개혁이라는 프레임과 구호만 난무했지, 국민이 이 제도 아래에서 어떤 취급을 당하게 되는지, 이게 왜 고향이 아니라 북쪽을 향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문과 질문은 개혁 저항으로만 취급됐다”고 했다. 그는 “이 법안들은 개혁이 아닙니다. 민주화 이후 가장 혐오스러운 음모이자 퇴보입니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권력기관을 개편한다고 처음 약속했던 ‘실효적 자치경찰제’ ‘사법경찰 분리’ ‘정보경찰 폐지’는 왜 사라졌느냐”고 물었다. 이어 “수사권 조정의 선제조건이라고 스스로 주장했고, 원샷에 함께 처리하겠다고 그토록 선전했던 경찰개혁안은 어디로 사라졌느냐”고 물었다. 그는 “그토록 소중한 아이가 사라졌는데 왜 실종신고조차 안 하느냐”며 “혹시 정보경찰의 권력 확대 야욕과, 선거에서 경찰의 충성을 맞거래했기 때문이 아니냐”고 했다.

그는 “결국 목적은 권력 확대와 집권 연장이 아니냐”고 물었다. 경찰개혁 방안이 들려오는 데 대해서는 “사기죄 전문 검사인 제가 보기에 그것은 말짱 사기입니다”라고 했다. 그는 “재작년 6월부터 지금까지 뭘 했느냐”며 “해질녘 다 되어 책가방 찾는 시늉을 한다면 그것은 처음부터 학교 갈 생각이 없었던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마지막까지 국민을 속이는 오만함과 후안무치에는 경탄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언제는 검찰의 직접수사가 시대의 필요라고 하면서 형사부를 껍데기로 만드는 수사권조정안을 밀어붙이지 않았느냐”며 “그러다 검찰 수사가 자신에게 닥치니 갑자기 직접수사를 줄이고 형사부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 갈지자 행보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고 했다. 그는 “저는 이 거대한 사기극에 항의하기 위해 사직한다”고 했다.

그는 “혹자가 대중 앞에서 정의로운 검사 행세를 할 때도 저는 책상 위의 기록이 국민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추악함에 복종하거나 줄탁동시하더라도 겨우 얻는 것은 잠깐의 영화일 뿐”이라고 뼈있는 말을 남겼다. 그는 “그 대신 평생의 더러운 이름이 남는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결국, 우리는 이름으로 남습니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끝으로 “살아있는 권력과 맞서 싸워 국민의 훈장을 받은 이때, 자부심을 품고 떠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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