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호의가 계속되면은, 그게 권리인 줄 알아요.”

영화 부당거래를 보지 않아도 아는 류승범의 명대사입니다. 이런 상황을 몸소 체험한 집주인의 사연이 인터넷을 달구고 있습니다. 학생 세입자에게 호의로 반찬과 식사를 나누었는데, 학생의 부모님이 이런 것들을 당연하게 요구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런 식으로 뒷목을 잡았던 집주인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20대 사연자는 부모님의 신축 원룸 빌딩에 몇 달 전 입주한 남학생의 이야기를 최근 커뮤니티 사이트 네이트판에 털어놓았습니다. 학생이라 사정을 봐줘 관리비도 안 받고 세입자를 들였습니다. 부모님은 이 학생을 포함해 6명의 세입자에게 가끔 반찬도 가져다주고, 과일도 주곤 했습니다. 자취하면 제대로 못 챙겨 먹으니 같은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챙겨준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삼계탕을 넉넉히 끓여 남은 것이 있어 그 학생에게 나눈 것이 화근이 됐습니다. 이후 학생의 부모님은 ‘아이가 아플 때 챙겨달라’는 부탁을 해옵니다.

월세가 밀려 보낸 문자에 학생 부모님은 “저번에 주셨던 삼계탕이 맛있다고 하더라. 아이가 혹시 감기에 걸렸을 때 다시 해주시면 좋겠다”는 답변했다는군요. “어쩌다 나눠 먹은 것이고, 우리가 학생의 식사를 따로 챙기지 않는다”며 하숙집이 아님을 밝히니 학생의 부모는 “너무 하시다”며 서운해했습니다.

이 글에는 세입자의 무리한 요구로 곤란을 겪은 임대업자의 증언이 이어졌습니다. 임대사업 8년 차라고 자신을 밝힌 이는 “친절한 성격이라 저도 초반에 몇 년간 고생 많이 했다. 딱 선만 지키고 건조하게 집주인과 세입자 관계로 지내야 서로 좋다”고 조언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원룸 임대사업하는 지인이 일주일에 한 번씩 복도에 간단한 과일, 요깃거리, 반찬 등을 원룸 수보다 2~3개 여유롭게 두고 가져가라고 했는데 혼자서 여러 개를 가져가거나 많이 가져가려다 엎고 이를 치우지도 않아 골치를 앓았다”는 일화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편의를 봐준 세입자였는데 다음 세입자를 막으려고 집을 안 보여주더라” “집 안의 작은 흠집까지 트집 잡아 고쳐달라는 통에 힘들었다” 등의 이른바 세입자 ‘을질’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네티즌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 집에서 살면서 돈 벌었다” “더 좋은 곳으로 가시고 성공하시라”며 서로 덕담을 나누는 일은 정녕 드라마에서만 나오는 이야기일까요. 네티즌 반응을 읽다보니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시는 보지말자”라는 삼국지 ‘짤’(재미있는 사진을 일컫는 말)에 공감하는 집주인, 혹은 세입자가 더 많은 거 같아 왠지 씁쓸하네요.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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