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프릭스 ‘기인’ 김기인은 이달 초 울산에서 열린 ‘2019 LoL KeSPA컵’을 통해 한국 탑라인을 평정했다. 이 대회에서 그는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의 수준급 선수들을 연이어 격파하고 팀에 창단 첫 우승컵을 안겼다. 2017년 여름 혜성같이 등장했던 슈퍼 루키는 어느덧 국내 최고의 탑라이너로 자리매김했다.

15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한 카페에서 김기인을 만났다. 그는 여느 때처럼 오후 스크림을 마치고 나왔다고 했다. 요즘 차기 시즌 준비에 여념이 없다는 김기인은 “첫 단추를 끼우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부족함 없이 연습해 반드시 개막전을 이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KeSPA컵 우승의 기쁨은 이미 다 잊은 듯했다.

아프리카는 프랜차이즈 스타가 된 김기인을 비롯해 ‘브룩’ 이장훈, ‘스피릿’ 이다윤, ‘드레드’ 이진혁, ‘플라이’ 송용준, ‘썬’ 김태양, ‘미스틱’ 진성준, ‘쏠’ 서진솔, ‘젤리’ 손호경, ‘벤’ 남동현으로 2020 스프링 시즌 로스터를 꾸렸다. 김기인은 “간절한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며 올해 선전을 자신했다.

-올 초 KeSPA컵 정상에 섰다. 프로게이머 데뷔 후 처음으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프로게이머가 된 후 처음 우승을 맛봐 감회가 새로웠다. 올해는 팀에 간절한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 프로게이머 생활을 오래한 형들이다. ‘플라이’ (송)용준이 형은 그동안 좋은 커리어를 쌓지 못했다. ‘젤리’ (손)호경이 형도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에 섰다. 다들 간절한 마음으로 임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이번 대회에서 유독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

“특별한 원동력은 없었다. 경기를 치르다 보니 상황이 잘 맞아떨어지더라. 대회 개막전에서 락헤드 플레이어즈(現 OZ 게이밍)와 대결했을 때는 경기력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자신감도 떨어졌다. 이후 실전을 거듭 치르면서 점차 사기가 올라갔다.”

-4강전, 결승전에선 바텀에 순간이동해 다른 라인에 영향을 끼치는 플레이가 인상적이었다.

“운이 좋았다. 사실 순간이동을 라인 복귀에 사용하지 않고 아껴 바텀에 투자하는 플레이는 연습을 통해 갈고 닦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연습 때 만들었던 구도가 실전에서 나오리란 보장이 없다. 이번 대회에서 유독 상황이 잘 맞아떨어졌다.”

-지난해 말 아프리카와 3년 재계약을 맺어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됐다.

“개인적으로 이적 시장에 나가 제 가치를 평가받아보고 싶기도 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팀에 성격이 잘 맞는 선수들이 있다. 감독, 코치님들도 좋은 분들이시다. 그런 부분이 제 마음을 움직였다.”

-어느덧 프로 4년 차를 맞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언제였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에 국가대표로 나갔을 때다. 제 프로게이머 인생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었다. 나라를 대표해서 나간다고 생각하니 ‘더 잘해야겠다’ ‘실수를 하지 말아야겠다’ 싶더라. 스스로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작년 아프리카는 유망주 모임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결과적으론 아쉬운 성적을 냈다.

“팀원들이 전부 돋보이고 싶어 했다. 팀원을 배려하는 플레이가 나오지 않았다. 팀에서 슈퍼스타가 나오려면 반드시 궂은일을 하는 선수가 있어야 한다. 작년에는 그런 선수가 부족했던 것 같다. (올해는 좀 다를까?) 베테랑인 만큼 다들 충분히 그런 임무를 수행해낼 수 있을 것이다.”

-차기 시즌, 더 나아가 올해의 예상 성적은 어느 정도인가.

“올해 팀 구성원을 보면 ‘미스틱’ (진)성준이 형을 빼고는 이적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선수가 없다. 그래서 더 서로 믿고 뭉쳤다. 늘 해왔던 말이지만 스프링, 서머 시즌에 좋은 성적을 내고, 더 나아가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경기 외적으로 구설수가 없는 편이다. 연습실 밖에서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

“숙소에서 동료들과 어울리거나 휴식을 취하는 편이다. 휴가 때는 친구들도 가끔 만난다. 술도 마시고 당구장이나 볼링장, 노래방에 가기도 한다. 구설에 휘말리지 않게끔 노력은 하지만, 크게 의식하지는 않는다. 솔로 랭크에서는 채팅을 치지 않는 게 습관이 됐다.”

-LCK가 재작년에 이어 작년에도 국제 대회 무관에 그쳤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나.

“해외 팀들이 강해졌다. 공격적인 플레이가 득세하는 메타도 한몫한 것 같다. LCK는 안정적인 플레이를 지향한다. 지난해 롤드컵은 운도 따르지 않았다. 출전 선수들의 경기 당일 컨디션 문제도 있었겠지만, 플레이가 하나씩 맞지 않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롤드컵 결승전에 오른 펀플러스 피닉스와 G2 e스포츠 모두 유기적인 팀플레이가 돋보였다. 배울 점이 많았다. 각각의 라인을 밀고 당기는 플레이는 충분한 연습을 통해 다져진 것 같았다. LCK 팀들이 경험해보지 않은 플레이에 당황한 것 같았다.”

-프로게이머로서 성적 외에도 목표로 하는 바가 있나.

“은퇴 후에도 팬들에게 기억되고 싶다. 뭐든지 잘했던 선수로. 은퇴 후에는 어떤 일을 할지 생각해보지 않았다. 다만 지도자는 제 스타일이 아니다. 남을 가르치는 건 감정을 소모하는 일이지 않나. 제 성격과는 안 맞는다.”

-LCK 개막까지 약 3주가 남았다. 게임 내외적인 고민거리가 있나.

“특별하게 준비 중인 건 없다. 늘 해왔던 대로 대비하려 한다. 게임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고민거리는 없다.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마음가짐으로 준비하고, 생활하고 있다. 스타트를 잘 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족함 없이 연습해 첫 경기를 좋은 경기력으로 이기겠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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