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중국에서 열린 농구월드컵 중국전에서 활약한 국가대표 라건아의 모습. 라건아가 “매일 한국인에게서 인종차별적 메시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토로해 충격을 주고 있다. 뉴시스, 인스타그램 캡처

한국에서 인종차별 피해를 당한 사실을 알렸던 한국 농구 국가대표팀 센터 라건아(31·전주 KCC)가 입장을 밝혔다.

KCC 관계자는 16일 “라건아가 용인에 위치한 KCC연습체육관에서 인종차별 피해 관련 심경을 전했다”고 말했다.

전날 라건아는 한 팬이 보낸 영어 메시지를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게재했다. 이 메시지에는 라건아의 경기력에 대한 비난뿐만 아니라 본인과 가족에 대한 심한 욕설이 담겼다. 라건아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지만 이 팬은 “깜둥이(nigger)”라는 인종차별적 표현을 사용하며 비아냥을 멈추지 않았다. 라건아는 “매일 한국인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받는다. 매일 이런 것들을 견뎌야 한다”고 토로했다.

KCC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라건아는 이번 폭로가 법적 대응을 위해서가 아닌 추후 재발 방지를 위한 일이었음을 분명히 했다. 라건아는 “프로농구(KBL) 무대를 밟은 2012년 이후로 2018년 귀화 이전에도 나에 대한 비판은 있었다. 하지만 부인과 딸을 향한 공격은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며 “문제가 있다면 나에게 말해달라. 법적 대응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메시지를 공개했다”고 설명했다고 알려졌다. 이어 “나도 물론 사람이니 기분은 나쁘다. 머릿속에 이런 말들이 맴돌기도 하지만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해 경기력에 지장이 없도록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라건아는 한국에 대한 애정은 식지 않았다고 말했다. 라건아는 “아내도 딸도 한국 생활에 만족한다. 아내는 내가 한국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 한국을 사랑한다”며 “우리는 계속 이곳에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KCC 관계자는 “라건아의 아내는 스스로 운전을 해서 용인과 군산, 울산 등을 오갈 정도로 한국 생활에 잘 적응했고 딸도 어린이집에 잘 다니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KCC 측은 “선수가 법적 대응을 원치 않는 상태지만 혹시 그럴 의사가 있다면 구단에서도 도와줄 의향이 있다”며 “외국인선수들 뿐만 아니라 국내 선수들도 이렇게 심각한 욕설을 듣는 사례가 있다. KBL과 구단이 함께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안양 KGC인삼공사의 외국인 선수 브랜든 브라운도 라건아에게 힘을 보탰다. 브라운은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자신이 받은 인종차별적 메시지를 공개하며 라건아에게 “핸드폰 뒤에서는 모두 강하다”며 “너는 한국 농구계에서 특별귀화 후 국가대표로 뛰는 첫 선수가 아닌가. 너의 딸, 그리고 너를 바라보고 있는 한국의 어린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뛰자”고 격려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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