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

“당을 대변할 사람은 많은데 장애인을 대변할 사람은 거의 없어요. 교육이나 일상생활은 암담한 수준이에요. 장애인이 늘 배제되고 있으니 정치인부터 제대로 된 인식을 갖지 못하는 것 아닐까요. 장애인을 대변해줄 정치인이 많아진다면 시대착오적 인식도 없어질 겁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인물 중심으로 정책을 조정할 수 있는 정치인이 필요합니다. 개개인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사회가 왔으니까요.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정치도 바뀌어야죠. 지금은 예전과는 달라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천적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다”는 발언을 두고 정아영 시각장애인 권리보장연대 대표가 17일 국민일보에 이같이 말했다.

전날 이 대표는 논란이 확산되자 “의도하지 않은 무의식적 발언이었다”고 해명하면서도 “장애인 문제는 거듭 사과했다. 더 이상은 답 안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의 장애인 비하는 처음이 아니다. 2018년에는 “정치인들 말하는 것 보면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정신장애인들이 많이 있다. 그 사람들까지 우리가 포용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었다.

감수성이 부족한 건 이 대표만이 아니다. 그를 비판하려는 의도로 자유한국당이 낸 논평도 놀라웠다는 게 장 대표의 지적이다. 박용찬 한국당 대변인은 “습관성 장애인 비하 이해찬 대표는 뼛속까지 장애인 비하가 몸에 베어 있다”며 “몸이 불편한 사람이 장애인이 아니다. 삐뚤어진 마음과 그릇된 생각을 가진 사람이야말로 장애인”이라고 지적했다. ‘장애인=삐뚤어진 마음과 그릇된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는 말인가.


장애인은 묻는다. 왜 반드시 의지가 있어야하는지, 선천적·후천적 장애는 무엇이 다르기에 구분당해야 하는지, ‘정상적’으로 사는 것 대체 어떤 것인지, 왜 신체적 특징을 ‘극복’하고 꿈을 향해 달려야 하는지, 우리는 왜 삐뚤어지고 그릇됐는지.

정 대표는 “누가 정치인에게 마음대로 말할 권리를 줬나”라며 “어느 누구도 장애인에 대해 아무렇게나 말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고 했다. 그는 “정치의 역할은 장애인이 사회 안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길을 내는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편견을 조장하고 있다”며 “우리는 총선이나 정치권 이벤트에 이용되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한 명의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선거 때마다 정치인이 장애인과 관련한 공약을 내세우고, 장애인 시설에 방문하지만 장애인의 삶에는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또 “미국 장애학자가 ‘우리(장애인) 없이 우리에 대해 말할 수 없다’고 한 적이 있다. 정치권은 장애인 없는 장애인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로 인해 장애인에 대한 ‘무지하고 천박’한 인식이 생겼다”며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고귀한 가치를 지닌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장애 유무로 개인을 평가하고, 등급을 나누며 끊임없이 구별짓는다. 왜 사회는 한발 한발 내딛으며 자신의 몫을 사는 장애인을 사회 밖으로 몰아내려는지 모르겠다. 2020년이 돼도 왜 우리 사회는 그대로인지 묻고 또 묻고 싶다”고 안타까워했다.

정 대표는 최근 정치권 장애 인재 영입을 둘러싼 잘못된 인식은 ‘극복과 희망’이라고 했다. ‘장애를 극복하면 희망이 온다’는 식의 사회적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장애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개인이 지닌 고유 특성”이라며 “우리는 비장애인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장애를 극복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우린 실패한 인생이 아니다. 장애인은 좌절하고 낙담해 있을 거라는 비장애인 중심의 오만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애인 문제를 다룰 때 희망이나 극복 같은 주제로 접근하지 말고 정치나 사회 문제에 대해 많은 장애인이 말할 수 있도록 인식과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에 영입된 장애 인재를 포함해 총선에서 당선될 국회의원을 향해 “장애인을 끝까지 대변하겠다는 책임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끝까지 간다’는 진짜 사명감이 필요하다”라며 “지금까지의 경험과 생각을 다 내려놓고 여러 의견을 많이 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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