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화면 캡처

“닥터 헬기를 탈 때 ‘헬기에서 떨어져서 죽어도 국가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탄다”

아주대 권역외상센터 이국종 교수의 수제자로 알려진 정경원 교수가 작심하고 비판과 폭로를 이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정 교수는 2002년 부산대 의대를 나와 2010년 외상 외과 의사를 하기 위해 상경했다. 이국종 교수의 첫 펠로(임상강사)가 된 후 현재까지 이 교수와 함께 외상센터를 지켜왔다.

중앙일보는 정 교수와의 인터뷰를 18일 공개했다. 공개된 인터뷰에서 정 교수는 이국종 교수와 의료원장의 개인적인 갈등처럼 몰고 간다고 우려하며 이 사태를 촉발한 것은 외상센터 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의료용 헬기, 간호사 인력, 병상 지원 등을 약속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뼈를 갈아 넣고 해 온 건데 하다 하다 안 돼서 폭발한 거다”고 정 교수는 “의료원장을 타깃으로 한 게 아니라 외상센터 전반 운영에 대한 재단 등에 불만이나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이런 얘기는 그동안 반복해서 해왔다. 그런데도 자꾸 왜곡하려고 하고, 병원이 완전하게 파악해서 대처하지 않고 자꾸 면피하려고 한다”며 “의료원이나 재단 차원에선 (의료원장) 사임 정도로 마무리하려는 분위기”라고 우려했다.

“이국종-의료원장 갈등이 봉합되는 것처럼 포장될 거다”라고 한 정 교수는 “이 교수는 그런 게 아니다. ‘제대로 운영하려면 하고, 안 그러면…’라는 입장이다. 병원에서 오늘이라도 내일이라도 완전히 인정하고 큰 변혁을 제안하지 않으면 이 교수는 끝까지 갈 거라고 얘기한다”고 전했다.

‘병원도 할 만큼 했다’ ‘괜히 병원이 욕할까, 뭔가 이유가 있겠지’ ‘다른 진료과와 형평성을 따져야 한다’ ‘외상환자만 환자냐’ ‘수가가 낮다’ 등의 얘기가 나온다며 우려한 정 교수는 “병원 당국이 외상센터를 한다고 했을 때 처음부터 몰랐던 게 아니다. 그만큼 감안하고 사업을 하겠다고해서 시작한 거다. 복지부가 도와줘서 적자를 메운 것도 있고 자꾸 문제를 이상한 쪽으로 몰고 가냐, 이거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과대학 교수회에 대해 정 교수는 “한편으로 힘이 된 것이 맞다. 하지만 성명서를 보면 의료원장이 욕설한 부분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며 “교수회도 그 정도만 파악하고 있다는 거다. 유희석 원장의 직장 내 갑질 얘기가 나오는 이유도 그런 거다”라고 했다.

“왜 그런 일이 있었고, 반복되는지 근원적인 문제를 다뤄야 하는데. 교수회도 빨리 봉합하고 싶어한다. 적당히 사과하고 사임하는 선에서 끝내려 한다”고 한 정 교수는 “이 교수는 그게 아니다. 누구 한 명 물러나는 거로 되지 않는다”고 했다.

궁극적으로 재단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정 교수는 이 교수가 떠난 뒤 의료진이 헬기에 탑승하지 않는 거냐는 질문에 “중단된 게 맞다”고 답했다. “탑승할 인력이 없다. 헬기를 운용할 여건이 안 돼 있다”고 한 정 교수는 “지난해 9월 닥터 헬기 운항 시작할 때 의사 5명, 간호사 8명을 채용해달라고 요청했는데 병원 당국이 의사 1명, 간호사 5명으로 잘랐다. 순차적으로 채용하겠다고 했는데 병원 측이 한 명도 채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겨울에 병원 옥상에 헬기가 이착륙하려면 미끄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 열선이 깔려야 하는데 안 됐다. 안전과 직결된다”고 한 정 교수는 “지상은 위험하다. 옥상 헬기장 아래층에 구조대원, 기장, 운항관리사 등이 대기할 공간을 주기로 했는데 약속을 안 지켰다. 본관의 병실도 내주지 않았다. 그래서 12월부터 의료진이 헬기에 탑승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탑승해오지 않았냐는 질문에 정 교수는 “그전에는 억지로 해 왔다. 24시간 365일 병원 근처 집을 떠나지 못했다. 밥 먹으러 멀리 못 갔다. 응급 호출받고 신호 무시하고 차 몰고 와서 환자 받았다. 더는 못 한다”고 했다.

정 교수는 정부 책임은 없냐는 질문에 “이런 상황이면 복지부가 닥터 헬기를 아주대에 주면 안 된다. 아주대는 받는다고 하면 안 됐다. 복지부와 경기도도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그동안 한 걸 누가 치하했느냐. 우리가 상을 받았냐. 헬기 떨어지지(다른 헬기 사고 지칭), 병실 안 주지, 오히려 불이익받지”라며 분통을 터뜨린 정 교수는 “헬기에서 떨어져 죽어도 국가에 책임이 없다는 각서를 쓰고 타왔다”고 폭로했다.

“원망하거나 탓하는 게 아니다. 제대로 운영할 수 있게 관리·감독 해야 하지 않냐”고 한 정 교수는 “‘이국종 없다고 의료진이 헬기 안 타더라’라고 비아냥거리니 화가 난다. 병원장님이나 복지부가 타라고 말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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