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해리 왕자와 마클 왕자비가 지난해 5월 새로 태어난 아들 아치를 공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영국 왕실에서 독립을 선언한 해리 왕자(35)와 메건 마클 왕자비(38)가 올 봄부터 왕실 직책을 공식적으로 내려놓고 평범한 서민의 삶을 살게 됐다. 이들이 왕실 공무를 수행한 대가로 받았던 각종 재정지원 역시 중단된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93)이 1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해리 왕자 부부의 향후 거취 등에 관한 왕실 내 합의 사항에 대해 밝혔다고 BBC방송 등 영국 언론이 전했다. 성명에 따르면 해리 왕자 부부는 더이상 왕실의 공식 구성원으로서 ‘전하’의 호칭(HRH titles) 등과 각종 작위를 사용하지 않는다.

해리 왕자는 지난 2018년 5월 결혼하면서 여왕으로부터 서식스 공작(Duke of Sussex), 덤바턴 백작(Earl of Dumbarton), 카이킬 남작(Baron Kilkeel) 작위를 받았다. 이후 해리 왕자와 마클 왕자비는 각각 서식스 공작과 서식스 공작부인이라는 공식 호칭으로 불려왔다. 해리 왕자의 모친인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비도 찰스왕자와 이혼하면서 왕족 호칭을 박탈 당했다. 다만 해리 왕자는 왕자로 태어난 만큼 ‘왕자(prince)’ 호칭은 계속 사용된다.

해리 왕자에 앞서 왕실의 호칭을 거부한 사례도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네 자녀 가운데 외동딸인 앤 공주는 배우자에게 작위를 내리겠다는 여왕의 제안을 거부했다. 또한 자녀들을 평범하게 키우고 싶었던 앤 공주는 아들과 딸에 대한 대한 여왕의 칭호 제안 역시 거부한 바 있다.

해리 왕자 부부에게는 왕실 공무 수행 등의 대가로 받았던 재정지원 역시 중단된다. 아울러 현재 부부의 자택으로 사용 중인 윈저성 프로그모어 코티지를 리모델링하는데 들어갔던 240만 파운드(약 36억원) 재정 지원 역시 반납하기로 했다. 대신 해리 왕자 부부는 영국에 머무를 때 프로그모어 코티지를 계속 사용할 예정이다.

여왕은 성명에서 “몇 달간의 대화와 최근의 논의를 통해 우리는 내 손주와 그의 가족을 위한 건설적이면서 협력적인 방법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리와 메건, (그들의 아들인) 아치는 언제나 사랑하는 우리 가족의 일원일 것”이라며 “그들이 지난 2년간 겪어야 했던 극심한 검증 결과에 따른 어려움을 이해하며, 좀 더 독립적인 삶에 대한 그들의 바람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버킹엄궁은 해리 왕자 부부가 공식적인 군 직책을 포함해 왕실 공무로부터 물러나야 한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해리 왕자 부부는 여왕의 허락하에 개인적인 후원과 연계는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버킹엄궁은 해리 왕자 부부의 경호 문제와 관련해서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앞서 해리 왕자와 마클 왕자비는 지난 8일 내놓은 성명에서 왕실 고위 구성원에서 물러나는 한편 재정적으로 독립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한 논란이 일자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장남 찰스 왕세자, 찰스 왕세자의 아들인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자 등이 한자리에 모여 지난 13일 관련 문제를 논의한 데 이어 이날 최종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영국 왕실 전문가이자 전기 작가인 페니 주니어는 이번 최종 결정이 “왕실이나 해리 왕자 모두에게 이득”이라면서 “해리 왕자 부부가 애매한 상태에서 벗어나 확실하게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며 여왕의 축복까지 받았다. 가장 좋은 해결 사례”라고 평가했다. 다만 캐나다 밴쿠버에서 살려던 해리왕자 부부의 계획은 캐나다에서 반대 여론이 일면서 다소 불투명해졌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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