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166회.’

청각 장애인인 배성재(44·사진)씨가 지난 10년간 해 온 헌혈 횟수입니다. 배씨의 이름은 100회 이상 헌혈자만 등록되는 대한적십자사 ‘헌혈 레드카펫’에도 올라와 있습니다. “몸이 허락할 때까지 헌혈을 하겠다”는 배씨. 그는 그 이유로 ‘아버지’를 꼽았습니다. 혈액 수급에 비상이 걸린 대구에서 들려 온 배씨의 사연을 19일 [아직 살만한 세상]에서 전합니다.

배씨는 보청기에 의지해 생활하는 청각 장애인입니다. 어릴 적 심한 감기를 앓았는데, 청력까지 손상됐다고 합니다. 그가 초등학생일 때 벌어진 일입니다. 배씨는 그때부터 보청기를 사용해 왔습니다.

고등학생 때는 청력에 이어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습니다. 큰 교통사고가 아버지를 덮쳤고, 목숨까지 앗아 갔습니다. 급박히 진행된 뇌수술로도 아버지를 살릴 수는 없었다고 합니다.

그 후 흘러간 10여년의 세월. 30대가 된 배씨는 어느 날 아버지 생각에 헌혈의 집을 찾았습니다. 생사의 기로에서 다량의 수혈이 필요했던 아버지가 떠올라서였습니다. 그는 이때부터 아버지가 생각날 때마다 헌혈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달성한 166회라는 숫자. 배씨는 적십자로부터 헌혈유공장 명예장을 받았고, 명예의 전당 격인 헌혈 레드카펫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배씨는 현재 한전 KPS 대구송변전지사 기술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의 꿈은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나 시작한 헌혈을 몸이 허락할 때까지 계속하는 것” 입니다. 사회에 다양한 방법으로 이바지하고 싶다는 소망도 있습니다. 배씨가 장기기증 서약은 물론 정기적으로 노인 요양병원 봉사를 하는 이유입니다.

배씨는 아버지가 그리울 때마다 자신의 피를 남과 나눴습니다. 166회의 바늘이 자신의 몸에 꽂힐 때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누군가의 혈액이 절실했던 아버지처럼, 누군가의 도움이 간절한 또 다른 ‘누군가’를 생각했을까요.

요즘 대구는 혈액 수급 위기 단계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합니다. 보건복지부가 정한 혈액 적정 보유량은 하루 평균 5일분 이상인데, B형을 제외하고는 모두 2일분 아래로 떨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배씨의 선행이 외롭지 않길, 더 많은 ‘누군가’가 그와 동행해주길 소망합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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