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이란 정권을 위기로 몰아넣은 반정부 시위대를 위해 물밑에서 IT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상사설망(VPN) 등 시위대가 당국의 인터넷 검열을 회피할 때 사용하는 소프트웨어가 사실은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고 제작됐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의 압박(maximum pressure)’이 이란의 인터넷 민심을 겨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국무부 관리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이란 국민들이 서로 소통하고 외부 세계와 접촉할 수 있도록 인터넷 자유를 증진하는 데 사용되는 예산을 대폭 증액했다. 2017년 말부터 이란에서 경제난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자 지원에 나선 것이다. 지원 대상에는 차단된 웹사이트에 접속하거나 당국의 위치 추적을 따돌리는 어플리케이션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이란 국민들이 널리 사용하는 VPN의 배후에 미국 정부가 있었던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5월 이란 핵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대(對)이란 경제제재를 복원했다. 그러면서도 미 재무부는 소프트웨어 등 IT 분야에서는 일부 제재 면제를 부여했다고 FT는 전했다. 다른 국무부 관리는 “우리는 이란 국민들에게 자유로운 정보 교류와 검열 우회 도구를 제공하기 위해 IT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며 “우리는 VPN 프로그램을 지원해 이란인들이 인터넷에 접근토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 반정부 시위가 격화될수록 우회 프로그램을 찾는 이란 국민들의 수도 느는 추세다. 미 정부 지원을 받는 캐나다의 검열 우회 프로그램 업체 사이폰(Psiphon)은 이란 내 사용자 수가 이달에만 25퍼센트나 상승했다. 업체 대표 마이클 헐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자사 소프트웨어를 사용한은 이란 국민 수가 300만명으로 치솟았다고 밝혔다. 이란 인구수가 8000만명 남짓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이란 등 인터넷 검열 국가의 국민에게 안전하고 자유로운 인터넷을 제공한다는 정책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도 있었다. 이란 체제 전복을 공공연히 주장하는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FT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인터넷 자유 정책에 6550만 달러 이상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 말기와 비교하면 30퍼센트 증가한 수치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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