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11월 결혼 계획을 발표한 영국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AP연합뉴스

“너무나 슬프다. 하지만 아내를 위해 결정했다.”
영국의 해리 왕자가 19일(현지시간) 독립 선언 이후 처음으로 심경을 털어놓았다. BBC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해리 왕자는 이날 런던에서 열린 아프리카 지역 에이즈 퇴치를 위한 자선단체 ‘센테베일’의 만찬 연설에서 왕실의 결정은 결정이 자신이 바라던 것이 아니었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해리 왕자는 “우리(부부)는 여러분에게서 도망가는 게 아니다”라며 “공적 자금을 받지 않으면서 여왕과 영국연방, 군에 계속 봉사하기를 희망했지만, 슬프게도 그것은 가능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결정은 나와 가족들의 ‘더 평화로운 삶’을 위한 ‘믿음의 도약’(성패가 불분명하지만 옳다고 믿고 실천하는 일)이다”고 말했다. 해리 왕자는 또 “내가 내린 결정은 아내를 위해서였다. 가볍게 내린 결정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전날 여왕 엘리자베스 2세는 성명을 통해 해리 왕자 부부의 독립을 지지한다면서도, 두 사람이 ‘전하’의 호칭 및 왕궁에서 부여받은 작위를 모두 버리고 평범한 일반 서민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고 밝혔다. 해리 왕자는 왕자로 태어났기 때문에 ‘왕자(prince)’ 호칭은 계속 사용되지만 왕손으로서 공식 활동은 모두 접어야 한다. 물론 공식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만큼 재정 지원도 받지 않는다.

해리 왕자는 “이렇게 끝나버린 점이 나에게 큰 슬픔을 준다”고 토로하면서도 “내가 항상 옳았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정말 다른 선택권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해리 왕자는 “영국은 나의 고향이자 내가 사랑하는 곳이라는 점은 앞으로도 절대 변치 않을 것”이라며 “왕자, 공작이 아닌 여러분이 35년간 성장하는 걸 지켜봐온 똑같은 해리, 더 분명한 식견을 지닌 해리로서 내가 공유할 수 있는 진실을 들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해리 왕자는 이날 연설에서 “언론이 가진 힘은 강력하다”고 말하며 아내와 함께 왕실을 떠나기로 한 결정에 부부의 사생활을 집요하게 뒤쫓는 일부 언론이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했다. 해리 왕자는 지난해 한 언론 인터뷰에서 마클 왕자비가 파파라치를 피하려다 자동차 사고로 숨진 어머니 다이애나비와 비슷한 고통을 겪게 될까 봐 우려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한편 메건 왕자비의 아버지와 이복언니 등 가족이 연일 메건 왕자비를 향해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메건의 아버지인 토마스 마클은 지난 19일 영국 매체 ‘채널5’와의 인터뷰를 통해 “모든 소녀는 공주를 꿈꾼다. 딸은 이를 이뤘음에도 지금 왕족 지위를 던져버리고 있다”면서 “돈을 위해 그런 것 같다”고 비난했다. 이어 “해리 왕자 부부가 왕실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다”면서 “이들은 왕실을 쪼개고 ‘싸구려’로 만들고 있다. 왕관을 쓴 채 왕실을 월마트(미국 대표 슈퍼마켓 체인)로 만들었다”라고 지적했다.

메건의 이복언니인 서맨사 마클도 앞서 영국 ITV에 출연해 “메건은 이 폭탄(독립) 선언의 주동자다. 왕실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내가 보기에 메건은 처음에 영국식 생활을 즐겼으나, 언론이 그의 행실과 지출을 비난하고 태도를 바꾸자 책임을 회피하기 시작했다”면서 “메건은 엄청난 의무 위반을 저질렀다”고 강조했다.

메건은 현재 어머니를 제외한 가족과 절연한 상태다. 아버지인 토마스는 지난해 5월 해리 왕자 부부의 결혼식을 앞두고 딸의 결혼 사진을 찍어 파파라치에게 팔아 논란을 일으켰다. 서맨사 역시 해리 왕자와 메건 왕자비가 교제를 시작한 2017년부터 언론에 등장해 이들의 관계를 떠들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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