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금융, 손해율상승, 경쟁 악화로 ‘생활 밀착형 보험’ 떠올라
금융 당국 “판매 느는 생활 밀착형 상품 집중 점검할것”



국내 첫 디지털 손해보험사를 표방하는 캐롯손해보험은 이달 초 ‘펫산책 보험’을 출시했다. 자신이 키우고 있는 반려동물이 다른 동물이나 사람에게 끼친 피해를 보장해주는 1년짜리 배상책임보험이다. 스위치처럼 ‘켰다’ ‘껐다’하면서 필요할 때 가입할 수 있어 ‘스위치 보험’으로도 불린다. 반려동물과 산책을 나갈 때마다 보험 적용모드를 켜면(활성화하면) 배상책임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 상품은 보험시장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보험시장에선 최첨단 기술과 서비스를 접목한 ‘혁신금융’의 치열한 전쟁터다. 여기에다 시장 포화 등으로 보험상품의 세분화가 이어지고 있다. 반려동물보험(펫보험)처럼 소비자 일상에 깊숙하게 파고드는 ‘생활 밀착형’이 특징이다. 저금리 기조로 수익률이 떨어진 보험 업계의 생존 경쟁이 낳은 흐름이기도 한다.

김용덕 손해보험협회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핵심과제 중 하나로 ‘새로운 시장 개척’을 꼽았다. 펫보험 시장이 대표적이다. 국내 보험시장에서 펫보험 가입률은 지난해 말 현재 0.63%에 불과하다. 스웨덴(40%)과 영국(25%) 일본(6%)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국내 반려동물이 약 1000만 마리에 이르는 걸 감안하면, 새로운 보험시장으로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

또한 보험 업계는 전기자전거, 전동킥보드, 전동휠 같은 개인형 교통수단(PM·Personal Mobility)의 확산에 주목한다. 모빌리티 서비스는 ‘소유’에서 ‘공유’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20일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PM시장 규모는 2016년 6만대에서 올해 20만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최원 보험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는 발생 가능한 리스크(위험)를 특정하기 어렵고, 그 범위도 광범위해질 것”이라며 “다양한 특약과 세분화된 보장기간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보험 상품이 제공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보험 업계는 ‘생활 속 안전보장’ 시장으로도 시야를 넓히고 있다. 각종 재난과 범죄로부터 지켜주는 ‘시민안전보험’도 이런 상품 중 하나다. 서울시는 이달부터 NH농협손해보험과 계약을 맺고 자연재난이나 화재, 붕괴 등의 안전사고로 피해를 본 시민에게 최대 1000만원의 보험금을 주는 ‘시민안전보험’ 제도를 시행 중이다. 전북 군산시는 지난해 5월부터 같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헬스케어 서비스도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른다. 보험사들은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질병예방 서비스로 고객을 붙잡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일상 속에 들어온 보험서비스는 소비자에게 여러모로 유용하다. 서비스나 비용 등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다만 법·제도 기반이 미흡한 분야에선 허점도 드러내고 있다. 펫보험의 경우 동물 얼굴을 구별하기 어려운 점을 악용해 보험 1개를 돌려쓰는 사례도 있다. 동물등록비율이 저조한 탓이다. 표준수가가 정해지지 않아 진료비도 부르는 게 값이다. 모두 법을 만들거나 고쳐야 할 사안들이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검사업무 운영계획을 통해 “최근 판매가 증가하는 생활 밀착형 상품, 불완전 판매 우려가 높은 상품을 집중 점검해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겠다”고 밝혔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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