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 주력시장 대신 신북방·신남방 국가와의 경제협력을 강화해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지난해 미국의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위협, 일본의 수출규제 등 보호무역주의 리스크에 시달렸던 걸 고려해 ‘대외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포석이다. 수출 비중과 증가율에서 신북방·신남방 국가들이 약진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다만 정부의 대외경제정책 밑그림에 기존 주력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북방국가와의 경제협력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도록 신북방정책을 역점적으로 추진하겠다. 올해가 명실상부한 신북방정책 성과 창출의 원년이 되도록 북방국가와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한·러 수교 30주년을 맞는 올해 9개 분야(철도·전기·조선·가스·항만·북극항로·농림·수산·산업단지)의 ‘나인 브릿지(9개 다리)’ 협력체계를 확대·개편한다. 아울러 신북방 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FTA) 벨트’를 구축하기로 했다. 지난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탄력을 받은 신남방정책에도 속도를 낸다. 인도네시아 금융협력센터 설립, 미얀마·베트남 경제협력 산업단지 조성 등 가시적 성과를 낼 방침이다.


정부가 신북방·신남방 국가와의 경제협력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지난해 미·중 무역갈등 등 대외여건 악화로 한국의 수출이 직격탄을 맞았는 데도 신북방·신남방 지역으로의 수출에 상당한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를 포함한 독립국가연합(CIS)으로의 수출은 134억32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4.1%나 늘었다. 지난해 한국 수출에서 신남방 국가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20%를 돌파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가 고개를 든다. 정부의 대외경제 전략이 신북방·신남방 국가 등 새로운 시장 개척에만 매몰됐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신북방·신남방 국가에 대한 수출 비중은 전체의 22.8%에 불과했다. 이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 등 주력시장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대응책이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 대해서만 경제협력 관계 업그레이드 구상을 밝혔다. 정부는 오는 3월 말 서울에서 열리는 한·중 경제장관회의에서 서비스·신산업 분야 협력 확대 등 양국 간 경제협력 강화 방안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반면 미국과 일본 관련해서는 ‘자동차 232조 등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수출규제 이전으로의 원상회복 추진’ 등의 내용이 전부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신북방 국가들은 구매력에 한계가 있는 데다 물리·제도적 인프라의 한계 때문에 국내 기업이 진출한다 해도 짧은 시간 안에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기대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주력시장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에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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