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2부는 21일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공판을 재개했다. 당초 재판부는 이날 선고 공판을 열기로 했으나 갑작스레 이를 취소하고 변론 재개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그간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이 준비한 댓글 조작 프로그램 시연회 참석 여부에 초점을 맞췄으나, 앞으로는 공모관계를 중심으로 보겠다며 심리를 재개했다.

재판부는 “변론을 재개해 불필요한 추측과 우려를 드린 것에 죄송하다”면서도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 사건을 적기에 처리하려 최선을 다했지만, 우리는 현 상태에서 최종적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간 재판에서 쌍방이 주장하고 심리한 내용은 2016년 11월 9일 드루킹이 피고인에게 ‘온라인 정보보고’를 하고,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시연했는지 여부에 집중됐다”면서 “잠정적이기는 하지만, 각종 증거를 종합한 결과 피고인의 주장과 달리 드루킹에게 킹크랩 시연을 받았다는 사실은 상당 부분 증명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그간 김 지사 측이 항소심에서 집중해 온 방어 논리를 전면 부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런 잠정적 결론을 바탕으로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 범행에 공모했는지 판단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추가 심리가 필요한 쟁점들을 정리해 알려줬다.

첫 번째는 “킹크랩 시연회를 본 김 지사가 고개를 끄덕여 개발을 승인했다”는 취지의 드루킹 일당 진술의 신빙성이 꼽혔다.

또 드루킹이 ‘단순한 지지자’였는지, 아니면 김 지사와 정치적으로 공통된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긴밀한 관계’였는지도 밝혀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드루킹이 언론 기사 목록과 함께 “처리했습니다” 등의 메시지를 보낸 것을 김 지사가 문제 삼지 않은 이유도 해명할 것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또 김 지사가 19대 대선과 경선 과정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와 민주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당시 문 후보의 여론 형성을 위한 조직으로 어떤 것이 있었는지도 심리할 대상으로 삼았다.

재판부는 2월 21일까지 의견서를 받고, 3월 4일까지 양측의 의견서에 대한 반박 의견을 받겠다고 시한을 정했다.

이어 3월 10일에 다음 변론 기일을 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지사 측 변호인은 21일 김 지사의 변론 재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변호인 입장에서는 다소 의외의 재판부 측 변론 재개 사유 설명이라 약간 당혹스럽기는 하다”면서 “시연 부분에 대해 진전된 자료나 의견을 가지고 재판부에 오해가 없도록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추가 소명 자료를 준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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