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눈사태 당시 유튜버 '다람쥐부부' 채널을 운영하는 우상범(35)씨가 촬영한 영상. 우씨 제공

“한 교사분이 유독 기억에 남아요. 계속 ‘나는 안 가고 싶어’라고 했던 분인데….”

유튜브 ‘다람쥐부부’ 채널을 운영하는 우상범(35)씨는 네팔 히말라야 눈사태로 실종된 한국인 교사 4명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우씨는 사고 전날 실종된 교사들과 같은 숙소에 묵었다. 다음 날에도 함께 길을 나섰고, 사고 직전까지 불과 50여m 거리를 두고 이동했다. “저도 조금만 빨리 걸었다면….” 20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우씨는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아내와 세계 여행 중인 우씨는 지난 16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트레킹 코스인 데우랄리 지역(해발 3230m)에서 만났던 충남교육청 소속 교사들을 분명히 기억했다. 이들과 이날 밤 데우랄리롯지(산장)에 묵기도 했지만, 유독 지쳐보였던 한 교사 때문이다. 우씨는 “‘무릎이 너무 아프고 힘들다’고 했던 분이 있었다”며 “‘내려가고 싶다’고 계속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이 교사가 실종자 중 한 명이라고 한다.

우씨와 충남교육청 소속 교사들이 묵었던 데우랄리롯지. 우상범씨 제공

우씨 부부는 현지인 가이드나 포터(짐꾼)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다음 날인 17일 오전 교사팀과 함께 길을 나섰다. 우씨는 “가이드 없이 가다가는 위험하다고 판단해 교사분들을 따라갔던 것”이라며 “교사팀이 출발한 후 바로 뒤쫓아 갔다”고 말했다.

트레킹에 나선 교사는 총 9명으로 모두 충남교육청 국외 교육봉사단 소속이다. 이들은 기상이 악화하자 데우랄리롯지에서 하산을 결정했고, 히말라야롯지(해발 2920m) 도착 1시간쯤 전 눈사태를 만났다. 이 사고로 선두그룹에 있던 교사 4명과 현지인 가이드 2명이 실종됐다. 나머지 교사 5명과 현지인 가이드 1명은 대피에 성공했다.

하산하던 당시 우씨 부부 앞에는 이탈리아 국적의 여행객 한 명이, 그 앞에는 한국인 교사들이 걷고 있었다. 우씨 부부와 교사팀의 거리는 50m 정도에 불과했다. 우씨는 “함박눈이 내리긴 했어도 이상한 조짐은 전혀 없었다”며 “단지 눈이 쌓여서 길이 없어지기 전에 교사팀을 따라가려고 부지런히 걸었다”고 말했다.

파란색 옷을 입은 남성(가운데)이 현지인 가이드, 그 앞쪽 무리가 충남교육청 소속 교사들. 초록색 가방을 멘 사람은 우씨 부부 앞에 있던 이탈리아 국적 여행객이다. 우상범씨 제공

우씨는 “데우랄리롯지에서 히말라야롯지까지 2시간 정도 걸린다. 그런데 1시간쯤 걸었을 때 함박눈이 갑자기 ‘아픈 눈’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이어 “2~3분 뒤 바람이 거세지면서 눈보라가 얼굴을 강하게 때리기 시작했다. 아내 볼에 상처가 났을 정도였다”며 “바로 앞도 안 보일 만큼 시야가 차단됐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 “아내가 ‘살려달라’고 소리치는 것도 겨우 들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살폈는데 눈보라가 산 쪽에서 계곡 쪽으로 몰아치는 것을 보고 지금 우리가 굉장히 위험한 상태라고 느꼈다”고 회상했다.

우씨 부부를 구해준 것은 이탈리아 여행객의 목소리였다. 이쪽으로 오라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큰 바위가 보였다. 우씨 부부는 바위 뒤로 몸을 숨겼고, 곧 눈보라가 잠잠해졌다.

우씨 부부가 몸을 피한 바위. 우상범씨 제공

우씨는 “눈사태 이후 앞으로 가는 길이 완전히 막혔었다”고 했다. 사람들이 다니는 길을 따라 ‘등산로’ 같은 게 만들어지는데, 그 길이 눈으로 뒤덮이면서 더 이상의 전진은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는 “가이드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눈에 초점이 없었고 공포에 질려 있었다”며 “‘지금 가면 위험하다, 데우랄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반복해 말하더라. 굉장히 단호했다. 그래서 대피한 교사분들과 함께 데우랄리롯지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롯지에 도착했지만 난방이 원활하지 않았고, 몸도 얼어붙은 상태였다. 다시 눈보라도 치기 시작해 밖으로 나가기 어려웠다. 한 여성 교사분은 부상을 입어 어깨 통증을 호소했다. 다들 거의 말이 없었다”고 말했다.

우씨 부부와 교사들은 다음 날에야 구조 헬기를 타고 데우랄리롯지를 빠져나왔다. 사고 당일 외부와 연락을 취했으나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아 헬기 운행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우씨가 탑승한 구조 헬기. 사고 다음 날인 18일 데우랄리롯지로 헬기가 왔다고 한다. 우상범씨 제공

연락 과정도 힘겨웠다고 한다. 폭설로 정전이었던 탓에 등산객과 가이드의 휴대전화가 모두 방전 상태였다. 우씨의 보조배터리로 가이드의 휴대전화만 충전해 겨우 구조 요청을 할 수 있었다. 우씨와 교사들은 사고 다음 날 헬기를 타고 촘롱롯지(해발 2140m)로 이동했다. 인원이 많아 한 번에 포카라 시내까지 갈 수 없어서였다. 포카라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초입의 도시다.

우씨는 “눈사태 직전 영상 촬영을 위해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다. 그러다 앞사람을 놓쳐서 발걸음을 재촉하던 중 사고가 났다”며 “아찔했다”고 말했다. 또 “생각 없이 쫓아가다가 앞사람을 추월했다면 저희 부부도 사고를 당했을 것”이라고 했다. 실종 교사들에 대해서도 “무사히 돌아오시길 바란다”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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