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베이성 한커우 역에서 마스크를 쓰고 이동하는 중국인들.AP연합뉴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 폐렴)이 중국을 넘어 아시아로 확산하는 가운데 미국에서도 첫 감염자가 발생해 우한 폐렴이 전 세계로 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내에서는 베이징에서 5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우한 폐렴 감염자 수가 300명을 훌쩍 넘어섰다. 중국 황금연휴인 춘제(春節·설)를 맞아 수억 명의 인구 대이동이 시작된 가운데 각 지역에서 의심 환자도 쏟아지고 있어 우한 폐렴이 통제불능 상태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최근 중국 우한으로 여행을 다녀온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인근 주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우한 폐렴 환자로 진단됐다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30대 남성인 이 환자는 15일 시애틀-타코마 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으며 워싱턴주 에버렛의 의료시설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그는 자신의 증상이 뉴스에 보도된 우한 폐렴과 유사하다고 보고 의료 당국을 찾았다.

의료진은 그가 중국을 다녀온 데다 증상이 우한 폐렴과 비슷하다고 보고 채취한 시료를 CDC에 보내 검사한 결과 확진 판정이 내려졌다. 이 환자는 현재 안정적인 상태다.

워싱턴주 보건 당국은 “이 환자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단기간 관찰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밝혔다. CDC는 이 환자와 접촉한 다른 사람들이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지 역학 조사에 나섰다.

CDC 관계자는 “우리는 미국,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추가 발병 사례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우한에 대한 여행 경보를 2단계로 상향 조정하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CDC는 17일부터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3개 공항에서 중국에서 온 여행객들에 대한 검역 활동을 벌여왔다. 이번 첫 우한 폐렴 환자는 공항 검역이 시작되기 전 시애틀 공항을 통해 미국에 들어왔다. CDC는 이번 주 중 애틀랜타 하츠필드-잭슨 국제공항과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 등 2곳에 대해서도 검역 활동을 확대할 예정이다.

중국에서는 우한 폐렴 환자 발생 지역이 계속 늘어나며 사실상 전국으로 전염병이 확산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2일 인민일보 위챗 계정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온 지역은 진원지인 우한시가 있는 후베이성(270명)을 비롯해 베이징시(10명), 광둥성(17명), 상하이시(6명), 저장성(5명), 톈진시(2명), 허난성(1명), 충칭시(5명), 쓰촨성(1명), 산둥성(1명) 등이다. 대만에서도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 10개 성·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는 전날 오후 11시 기준 모두 318명이다. 이미 사망자도 6명이 나왔다. 이들 지역 외에 9개 성과 홍콩에서 의심환자가 발생했다. 베이징에서는 우한으로 출장을 다녀온 30대 남성을 포함한 5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해외에서는 일본과 한국에서 1명, 태국에서 2명이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았고, 호주와 필리핀에서는 의심환자가 발생했다.

우한 폐렴 상황이 심각해지자 중국 정부는 지난 20일 베이징에서 긴급 화상 회의를 통해 총력 대응을 선언했다.

쑨춘란 국무원 부총리는 각 지역 정부가 책임을 지고 발병 상황 모니터링과 격리 치료, 검역 등을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

쑨 부총리는 “현재 확진자들은 대부분 우한과 관련돼 있다”면서 “우한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조치를 통해 외부로 확산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한 폐렴 정보 통제 논란을 의식한 듯 “정보를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발표할 것이며 국제사회와도 소통을 잘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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